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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정순신 사건을 둘러싼 법적 문제
학교폭력 사건으로 부모까지 책임은 연좌제 금지하는 헌법에 반해
학폭예방법도 학교 재량 확대해 비밀성 강화하고 낙인효과 줄여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08 11:31:46
▲ 이동호 변호사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전 검사가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건이 알려지면서 황급히 사퇴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인사 검증 과정의 문제를 들어 ‘특검’을 실시하자며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필자는 정순신씨와 일면식도 없고 그를 두둔하려는 의사도 전혀 없지만 이 사건에는 법적으로 간과해선 안 될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보인다.
 
우선 연좌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소위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5공화국 헌법에서 처음 규정되었는데 진보 진영도 칭찬하는 유일한 조항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도 아니고 국가수사본부장을 임명하는데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돼 그 아버지가 하루만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질적으로 연좌제가 부활한 것처럼 보인다. 헌법보다 무섭다는 소위 ‘국민정서법’에는 아직도 연좌제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아들이 아니라 검사인 아버지가 아들의 폭력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까지 소송으로 끌고 간 것이 부적절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씨 아들에게 내려진 전학 조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상 가해학생에 대한 두 번째로 센 조치이다. 학폭예방법에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행정심판에서 져도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송은 3심까지 가능하다.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폭력 사실도 아닌 전학 조치를 소송으로 다툰 것을 갖고 비난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학폭예방법상의 비밀준수의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정 씨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지명받자마자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는데 학폭예방법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람에 대해 직무로 인하여 알게 된 비밀 자료의 누설을 금지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비밀에는 학생 및 그 가족의 개인정보가 포함된다. 따라서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아버지 정순신의 개인정보가 언론에 누설되었다면 이는 해당 업무에 관여했던 누군가의 범죄 행위일 수도 있다. 물론 언론이 자체적으로 취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이 특별히 비밀누설금지를 규정한 사항인데도 학생의 아버지를 정순신으로 특정해 보도한 언론의 행태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학폭예방법이 비밀누설금지의무를 부과한 이유는 가해학생도 아직 교육의 대상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자칫 폭력행위자로 낙인찍히지 않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현행 학폭예방법은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위부인사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상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밀이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04년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전학이나 퇴학같은 조치가 학교장이나 교육청의 재량 하에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조용히 마무리되고 잊혀 진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학교장의 재량권이 심의위원회로 전부 넘어 가면서 비밀이 지켜지면서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사라져 버린 듯 하다. 학교폭력을 두둔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런 문제점이 이번에 정순신 사건으로 나타난 것 같다. 아버지까지 공격받고 나아가 정권 차원의 비리인 것처럼 공격당하는 것이 도무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학폭예방법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또 다른 문제는 학교폭력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폭행·상해 같은 전형적인 행위뿐 아니라 명예훼손·모욕·따돌림·사이버따돌림 같은 것도 전부 폭력에 포함돼서 신고 대상이 광범위하다. 전통적인 폭력 행위가 아닌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모욕 같은 것은 본질이 말싸움이고 피해학생의 주관에 좌우되기 쉬운 문제가 있다. 아이들끼리 서로 패가 갈려 티격태격하다가 상대 패거리가 내뱉은 말에 기분이 상한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수도 있는데 필자가 경험한 사건도 그런 것이었다. 교육부의 2021. 1. 21. 보도자료(‘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2020년도 기준 언어폭력(33.6%)이 발생률 1위이다. 정 씨 아들 사건도 언어폭력 사안이었다. 물론 언어도 정신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아이들의 말싸움에까지 일일이 법이 개입해 오히려 사건을 키우고 신고를 당한 학생을 평생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은 아닌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신고 당한 학생을 가해학생으로 명명하는 것 역시 아직 결과가 안 나온 상태에서 가해자로 낙인찍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신고가 되면 무조건 심의위원회로 사건이 넘어가서 학교의 재량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신고 사실이 경미하거나 폭력이라 할 만한 사실이 부족한 경우에도 무조건 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하고 부모가 나와서 진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최근에 경미한 사건은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학교장이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요건이 제한적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이 법을 차라리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년이 된 법이 폐지될 리는 없다. 그렇다면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말고 심의위원회 개최 없이 학교장이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져야 할 것이다, 민사 사건의 조정제도처럼 사건 초기에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중재·조정하게 하면 어떨까? 적극적으로 학교에게 권한을 주고 학교도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비밀유지도 되고 낙인 효과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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