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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의사면허취소법·간호단독법 무엇이 문제인가
면허 취소사유 확대하는 의료법, 의사에 대한 응징 같아 부당
간호법 제정안도 의료법에서 분리되어야 할 이유 설득력 낮아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22 08:43:58
▲ 이동호 변호사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에 이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소위 ‘간호단독법’) 제정안과 의료법(소위 ‘의사면허취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크다. 민주당이 곧 표결 처리할 태세를 보이자 이에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들이 전국 집회와 단식 투쟁 등을 예고했다. 간호법 제정안이 제일 쟁점인데 지금 판세는 간호사만 찬성하고 간호조무사조차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살펴봤다. 우선 의료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니 현재 의료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서 강력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가 취소되지 않아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처럼 범죄 구분 없이(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제외) 금고 이상이 형을 선고받은 경우(선고유예 포함)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해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로서는 수긍할 수도 있는 내용이겠지만,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선고 형량만으로 자격을 취소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의 경우 소위 ‘윤창호법’ 이후 형량이 강화되어 1회 위반이라도 수치가 높고 가로수를 들이받는 등 재물손괴도 수반되면 비록 인명 사고가 없어도 과감하게 징역형이 선고되고 있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 직원 임금을 체불하거나 세금을 체납하면 근로기준법이나 조세포탈죄로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물론 초범이고 피해가 변상되면 집행유예가 따르긴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도 2년간은 자격이 정지된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에게도 똑같은 재제를 받기 때문에 의사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제재 규정 자체가 부당한 면이 크기 때문에 이를 좁히지는 못할망정 의료인에게도 확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했던 의사들에 대한 응징적 성격의 입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 정도다. 이 법 통과 후 실제 적용 사례가 발생하면 곧바로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법과 간호사법 처리가 같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기존 의료법 체계에 포함되어 있던 간호사에 대한 간호단독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들은 의료인에 대한 강화된 자격 제한의 불이익을 피하게 되는 부조리가 발생한다. 간호사법 제정안은 간호사 자격에 결격이 되는 범죄의 범위를 현행 의료법 그대로 의료 관련 범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따져 봐야겠지만 의사에 비해 간호사만 우대하는 부조리가 다른 의료종사자들의 반대를 더욱 불러온 면도 있는 것 같다.
 
간호법 제정안의 내용도 살펴봤다. 처음에는 의사 없는 간호사 단독개원을 허용할 길이 열렸고 의원 급에서도 간호사 채용을 의무화해서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등의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을 보면 거센 비판을 받았던 조항들은 거의 다 빠져 있다.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게 하고 의료기관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게 한 조항 정도가 실익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를 확보하려고 의료업계 전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호단독법을 제정할 이유가 있는지 의아하다.
 
제안이유를 살펴봐도 설득력이 와 닿지 않는다. 인구고령화로 간호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중심의 법률이라서 변화되고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법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 입장인 필자가 보기에 이 문제는 의료 전반의 문제이지 간호 분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정책을 수립할 의무를 부과한다고 해서 과연 간호사의 불만과 우려가 충족되는 정책이 나올까? 국가는 만능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의료종사자들과 협의해 간호 발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한 후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는 것이 국민적 설득력 확보에도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의료법과 간호법 이원화 체계 고착으로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의료업계의 비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간호사법 제정안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의료법에 이미 있는 내용들인데도 의료법에서 분리하려다 보니 앞서 살폈듯이 자격 제한 사유에서 간호사에 대한 우대가 발생한 것도 그 증거가 아닐까 싶다. 제정안에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 인권침해 금지, 일·가정 양립 지원 같은 조항도 있는데 현행 의료법에 추가하면 될 것이다. 의사들이 이에 반대할 리도 없을 것 같다.
 
물론 간호사 입장에서는 단독법 제정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단 첫 발을 떼고 꾸준히 개정을 추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과 분열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국민들도 불안해 할 것이다.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양곡법, 노란봉투법에 이어 간호법까지 표결 처리하려는 데는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여당과 대치 전선을 형성하려는 목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그 후에는 의료계와 간호사간에 합리적인 토론은 실종되고 극한 대립만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해한다. 여야가 국민의 우려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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