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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칼럼]
국민의힘 태영호 내치면 통일 멀어진다
임수경 방북으로 北에 ‘자유 풍요’ 바람 일어 탈북 러시
탈북인 3만3916명 품지 못하고 어떻게 통일하겠다는 건가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7 10:02:40
 
▲ 조정진 발행인·편집인
부작용도 작용이고 역효과도 효과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를 뒤지다 보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 일이 종종 있다. 때론 이런 일로 역사의 흐름이 뒤바뀌기도 하고, 의외의 발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수명을 대폭 연장시킨 페니실린은 영국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병원균 배양기 뚜껑을 닫지 않고 휴가를 가는 바람에 푸른곰팡이가 번식해서 생겨났고,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부작용이 발견돼 발기부전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종북·주사파의 상징 임종석이 이끌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19897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밀입북시킨 한국외국어대 3학년 임수경은 북한에 가서 반정부·반미 구호를 외쳐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이자 반국가단체로의 잠입탈출혐의로 입건돼 5년형을 선고받고 35개월 동안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북한도 체제 선전에 최대한 활용했다.
 
남북에서 모두 통일의 꽃으로 불린 임수경은 그후 북한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다. 우선 북한에서는 금기 시 되는 미국의 상징청바지에 흰색 면티를 입고 남조선에서 온 여대생의 자유분방함에 발칵 뒤집어졌다. ‘미제의 식민지 땅에서 헐벗고 굶주리던 남조선 인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북한에서는 김일성만 가능한 원고 없는 즉석연설과 대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노골적 비난 등을 쏟아내는 당당함에 어안이 벙벙해 했다.
 
더군다나 임수경이 북한에 도착해서 처음에 한 말이 저는 북한 체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북한이 좋아서 온 게 아닙니다하고 당당히 말했다. 부자 권력 세습도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이 하사한 물건을 자리에 그냥 놔두고 나오질 않나 집단체조 관람 중간에 퇴장하고, 북한이 기술력을 자랑하려고 보여준 최신형 컴퓨터를 보곤 어 이거 우리 집에 있었던 거랑 똑 같네라고 반응해 북측 관계자들을 뜨악하게 했다.
 
▲ 태영호(오른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17년 12월 국회인권포럼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올해의 인권상시상식에서 인권상을 수상한 후 홍일표 국회인권포럼 대표(왼쪽)와 악수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수경 후유증은 귀국 이후에도 이어졌다.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사형이나 종신형이 아닌 ‘5년형에 반신반의하던 남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부셔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012월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재하러 온 북한 기자들이 기습취재로 공개된 임수경의 집과 부모님의 동정을 보고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부모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게 신기했고, 북한 최상류층의 기준인 ‘5(이불장·양복장·책장·식장·신발장) 6(수상기·랭동기·세탁기·재봉기·선풍기·록음기)’는 물론 컴퓨터까지 있고, 냉장고에는 통조림과 우유가 가득한 걸 보고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고 한다.
 
체제 우월성 선전에 이용하려던 애초 목적은 사라지고 임수경으로 북한은 외려 자유풍요바람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탈북인 강철환 전 조선일보 기자는 임수경 때문에 남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고 라디오를 몰래 청취하다 탈북했다고 밝혔다. 정치범수용소 경비병이던 안명철도 임수경이 귀국 후 국가보안법에 걸려 죽을 것이 분명한데도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북한 체제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탈북인 출신 동아일보 기자 주성하도 남한에 온 뒤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임수경이었다면서 남한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들어 준 임수경에게 정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주 기자는 임수경이 북한에 뿌렸던 금단의 열매들칼럼에서 보위부 요원들도 마침내 임수경이 저절로 굴러들어온 행운의 홍보수단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훔쳐간 도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썼다. 임수경이 국회의원까지 했으니 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
 
임수경에 이어 북한 체제의 경직성과 허위의식을 허물고 있는 존재 중 탈북인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이 세 명 있다. 탈북인 첫 국회의원에 이어 지금은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 도지사로 있는 조명철과 현직 국회의원인 지성호·태영호가 그들이다. 이들은 북한 기준으로는 당연히 처형감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에 와서 당당히 차관급인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태 의원은 더욱이 집권당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다.
 
이들의 대한민국에서의 활약상은 곧 북한의 체제 견고성에 반비례한다.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자리 잡고 출세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이 가까워진다. 반면 이들이 모함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 겪을수록 통일은 점점 멀어진다. 통일은 결국 상대방 체제 주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대한민국 품에 안긴 33916(20234월 말 기준)조차 품지 못하면서 북한 주민 2600만 명을 어떻게 품을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이 먼저 온 통일태영호를 내치면 통일을 내치는 것이다. 좌파와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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