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의 철면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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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烈士一鍼)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의 철면피들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08 08:15:11

행복한 나날이었다. 남편 집 하나 믿고 시집왔는데 다자녀 특별공급을 받아 집이 하나 더 생기자 아이들도 쑥쑥 크고 든든했다. 나머지 한 채는 세를 줬다. 그런데 깍쟁이 같은 친구는 애가 하난데도 집이 세 채였다.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당장 남편을 닦달했다. 그러나 무주택자 취득세는 1%인 반면, 2주택은 8%, 세 번째 주택은 12%나 됐다. 더욱이 1가구 2주택자라 1순위 청약은 불가능했다. 부아가 치밀었다. 어떡하든 깍쟁이 친구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밤새 뜬눈으로 고민하다 묘수가 떠올랐다. 위장 이혼이었다. 특별공급은 불가능했지만 일반공급은 문제 없었다. 1년 뒤에 다시 합치기로 약속한 부부는 법원으로 향했고, 이혼한 남편은 세 번째 아파트에 당첨되었다. 대의를 위해 희생한 대가로 세 번째 집이 생긴 날, 가족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네모춤을 췄다. 2022년 위장 전입과 위장 이혼까지 불사한 아파트 부정청약 사건 170건이 적발됐다.

2020년 5월 임성근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 탄핵에 잔뜩 겁을 먹은 사표였다.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이니 얼마나 쫄렸겠는가. 그러나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이란 말을 할 수 없잖아”라며 사표를 반려한 대법원장의 음흉한 미소가 휘번뜩거렸다.

탄핵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판결 내용을 미리 보고받고 수정했다는 의혹이었다. 박 대통령과 세월호가 연결된 초유의 법관 탄핵 사건에 민주당은 쌍심지를 세우고 의기투합 중이었다. 그런데 담당판사가 사표를 내 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니 어떡하든 퇴직을 막고 ‘싱싱한 현직’으로 민주당 국회의원 앞에 볼모로 세워야 했다. 반 문재인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한 검수완박에 이은 사법농단 희생양이었다.

그런데 1년 뒤 임성근 판사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탄로 나자 충격에 휩싸였다. 알고 보니 문재인 정권의 노예가 된 대법원장이 후배 판사의 목을 권력의 뇌물로 바치기 위해 탄핵이란 오물구덩이로 밀어 버린 것이었다. 대법원장은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공무집행 방해·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대한민국 사법사상 초유의 치욕이었다.

제60회 법의 날 기념일인 2023년 4월25일 김 대법원장은 입을 놀렸다. “법의 지배는 개인이나 정파적 이익이 아닌 국민적·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법 규범에 따라야 한다.” 2300년 전, 법가 사상의 철학자 한비자가 노한 얼굴로 벌떡 일어난다.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

2023년 2월 온갖 ‘흑화’와 성 추문에 휩싸였던 까불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증오심을 감추지 않고 ‘천·하·용·인’을 앞세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려 했으나 주저앉고 말았다. 당헌 당규를 제 입맛대로 고치더니 전당대회 선거 ‘룰’을 바꿔 당심 지지율 1위 나경원을 주저앉히고, 1위를 달리던 김기현이 2위로 밀리자 안철수의 등에 비수를 꽂은 윤심팔이와 윤핵관들. 민심과 여론이 바닥을 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권 교체의 꿀맛에 취한 윤핵관들은 전리품을 나누는 데 흥청망청이다.

권력을 쟁취한 권력자는 여지없이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의 노상강도가 된다. 길 가는 나그네를 유혹해 침대보다 작으면 늘려 죽이고, 크면 목과 팔다리를 잘라 죽여 버리는 노상강도. 그런데도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눕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그네가 불나방처럼 꼬이는지 지겨울 정도다. 중요한 건, 국민의힘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5년 이후 변한 게 하나도 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데 손가락을 건다. 이들은 그저 노상강도의 안락한 침대에서 죽는 줄도 모른 채 죽어갈 뿐이다.

문제가 큰 법안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룬다. 2022년 4월 검수완박법은 여야 간 물러설 수 없는 법안이었다. 그래서 6인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 각각 3인 중 야당 몫으로 1명을 무소속 의원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민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무소속으로 들어가 8분 만에 찬성 의견을 통과시키고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그후 검수완박법은 통과되었다. 완전범죄를 위한 위장 탈당이었다. 그러나 그는 “검찰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탈당이었다”며 역정을 냈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켰다며 의기양양해 했다.

그런데 탈당한 지 한 달도 안 돼 민주당 지방선거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광주광역시장 강기정 후보 상임선대위원장까지 맡더니 “다시 복당하겠다”고 한다. 발발거리던 민형배는 1년 뒤인 2023년 4월 위장 탈당을 지휘한 박홍근 원내대표의 따뜻한 배려로 복당에 성공하며 호기롭게 말한다. “편법은 맞지만 위법은 아니다” 라고…. 아파트 세 채를 갖기 위해 위장 이혼한 부부가 울고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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