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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간호조무사도 반대하는 간호단독법
간호법 제정, 간호조무사 반대로 명분 퇴색
간호계 의견 일치 후 법 제정 요구가 바람직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17 08:42:43
▲ 이동호 변호사
필자는 3월22일자 이 지면에 의사면허취소법·간호단독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을 발표했다. 대한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등 야당이 다수의석으로 밀어 붙이려는 간호법이 기존 의료법에서 분리되어야 할 명분이 부족해 보였다. 소위 간호사 단독개업이나 의사 진료 범위 침해 같이 의사협회가 반대하는 조항들도 반대에 부딪혀 입법 과정에서 빠졌다. 그래서 과연 이 정도 법이 간호사에게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간호협회는 전국적으로 집회를 열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고 결국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간호협회로서는 일단 단독 법으로 제정한 후에 꾸준히 개정해 나가면서 간호사의 권익을 확보해 나갈 계획일 것이다. 남은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인데, 여당과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간호협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어 결국 의료계는 큰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는데 바로 간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들의 반대이다.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로 막은 것에 대한 불만이 큰데 국회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이유가 잘 나와 있다. 간호법안은 유관 당사자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협의도 없이 마련된 것으로서, 단독법 제정으로 보건의료체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간호조무사를 의사·간호사의 보조인력에서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고착화시키는 점 등이 반대 이유다. 다만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전문대(2년제) 간호조무사 양성체계 근거 신설을 최소한의 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호사의 업무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되어 있다. 간호협회는 특히 ‘보조’ 같은 용어가 의사와 간호사 간에 종속 관계를 부각시킨다고 보았다. 그래서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해서 협력 관계로 부각시키고 싶어 했다. 의사협회의 반대로 제정안에는 현행 조항대로 반영되었지만 표현이라도 협력 관계를 원하는 간호사의 요구에는 공감이 간다. 그런데 간호사가 정작 그들의 지도를 받는 간호조무사로부터 비판 받는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간호조무사와 협의도 없이 법을 만들고 ‘보조인력으로 고착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인데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관계를 ‘지도’와 ‘보조’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의 지도·보조하에 놓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의료 현실과도 맞지 않다. 현재 의원급, 쉽게 말해 동네 병원 단위는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그래서 간호조무사 중에는 간호사보다 직접 의사를 보조해서 일하는 인력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간호법안이 제정되면 이런 현실이 무시되고 간호사와의 지도·보조관계로 규율되기 때문에 현행 의료 체계에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간호조무사의 반대 이유는 또 있는데 바로 고졸 학력 제한이다. 헌법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전문대 과정 입법화를 간호법 제정의 최소 조건으로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특정 직종의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이는 사실이다. 간호조무사의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과정이거나 그에 준하는 학원 과정이다. 요즘 같은 학력 인플레 시대에 흔한 전문대학 2년 과정조차 없다는 것이다. 간호사 대체 인력의 빠른 양성을 위해 고졸 과정으로 한 것 같다. 그런데 간호조무사의 역사는 꽤 길다. 1960년대에 면 단위 보건지소에 간호사 대체인력으로서 의료보조원으로 배치되기 시작했고 서독에 파견될 때는 간호사와 차별도 없었다고 한다. 의료 발전에 기여한 바가 간호사에 못지않은 것이다. 인원수도 2020년 기준 간호조무사가 78만 명으로 43만6000명 수준인 간호사보다 더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호조무사들의 지위 향상 요구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의료 기술도 고도화되니 고등학교 수준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대학에 가는 시대에 고졸 과정으로 묶어 두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전문대 과정 신설도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전문대 과정을 신설하면 그동안 간호사들이 맡아 온 현행 교육 체계가 고사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 기득권에도 타격이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보 없이 권익만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가 연대하는 분위기인데 이대로라면 간호사들이 역포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업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진 형국이다. 집안 정리도 안 됐다는 점에서 단독법의 명분도 그만큼 약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간호법을 밀어 붙여 통과시킨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간호조무사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전문대 양성 법제화 등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법을 통해 갈등을 조정한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더 크게 증폭시켜 놓고는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표를 얻으려는 속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총선을 앞두고 간호업계가 정당 간의 대리전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다면 간호사를 위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조무사협회와 의견 일치부터 보고 나서 단독법 요구를 하는 것이 국민 앞에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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