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제국의 꽃’ [101] 조선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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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미국에게 최고의 파트너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31 08:05:00

“참, 내 정신 좀 봐. 초콜릿을 만들어 가지고 왔는데 깜빡하였네.”

샐리가 작은 바구니에서 별 모양 초콜릿을 꺼냈다.

“제가 초콜릿 좋아하는 걸 잊지 않으셨군요.”

초콜릿은 어느새 유제니의 입 속에 들어가 있었다.

“샐리의 솜씨는 여전하세요.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에요!”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샐리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하! 본국으로부터의 경고?”

유제니가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서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베베르 공사님만 경고를 받은 게 아니예요. 나의 점잖은 남편 실도 비슷한 일을 당했어요.”

유제니의 익살에 샐리의 음성이 커졌다.

“언제 그런 일이? 왜 나한테 얘기 안 해줬어요?”

유제니가 귀를 쫑긋했다.

“그다지 즐거운 일도 아니고... 청일전쟁이 일어났을 때 국왕을 우리 공사관에 모시려고 했었는데 본국 정부에 의해 저지당했어요. 뿐인가요? 왕비께서 시해당했을 때 우리는 일본의 만행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했어요. 베베르 공사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도 행동하는 양심으로 개입하려 하였지요.”

“알 것 같아요. 그 일로 또 경고장이!”

유제니가 두 번째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경쾌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두 사람은 같은 입장이었고 그것을 재차 확인하면서 우의를 다지고 있었다.

“왜 나의 조국 미국은 조선을 가볍게 보는 걸까요? 조선은 일본에 비하여 개화가 늦었지만 활기차고 따뜻한 나라예요. 조선 사람들은 착하고 남을 해치지 않아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무력만 내세우는 일본을 더 챙기려는 게 속상해요. 안 그래요, 유제니?”

흥분한 샐리는 식어버린 국화차를 벌컥 들이켰다.

“조선 국왕은 미국을 짝사랑 하시지요. 제가 보아도 안타까워요. 조선에 온 외교관들은 모두 이 나라의 가능성을 알지요. 교육열이 높아 글도 읽을 줄 알고 옛 중국의 경전을 공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책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가난한 농가에도 책은 수북이 쌓여 있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서당에서 공부하지요. 조선 백성들은 부지런하고 충성심도 높아요. 체격도 좋지요. 청나라와 일본에 비하면 키도 제일 크고 건장해요. 국왕의 적극적인 개방외교로 조선은 무섭게 성장할거예요. 미국이 왜 일본을 더 인정하는지 모르겠어요.”

유제니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제 두 여인은 각자 국적을 뛰어 넘어 인도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외교관들 뿐 인가요? 선교사들도 모두 국왕을 사랑하지요. 지혜롭고 관대해서 정이 가는 인물인 국왕과 의리 있고 똑똑한 백성을 가진 조선이야말로 미국의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데, 왜 우리 정부는 그걸 모르는지 답답하기만 하지요. 유제니! 간밤에 우리 부부가 나눈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랍니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손탁이 들어왔다.

“어머! 샐리 여사 아니세요?”

손탁이 반갑게 샐리를 맞이했다.

“손탁 언니, 샐리 여사가 정원의 꽃을 분양받고 싶다 하는데요?”

“어느 꽃을 좋아하실까? 함께 정원으로 나가 보시지요.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세 여인은 담소를 나누며 밖으로 향했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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