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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잠깐의 위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수출금액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25일에는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추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한 풀 꺾였다.
1분기 성적표도 초라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4%)에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3분기(0.3%)를 시작으로 4분기(-0.4%)에 이어 3분기 연속 OECD 평균 이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출생·고령화가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노년부양비(15∼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도 2020년 3738만 명에서 2040년 2852만 명, 2060년 2066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이 눈길을 끈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잘 되느냐는 구조개혁,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타협해 나갈지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재정·통화정책 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다”고 지적했다. 돈을 풀거나 금리 낮추는 방법으로는 고착화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노동·연금·교육을 포함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만 구조개혁을 논의를 진행하는 실태를 꼬집었다. 공급자가 대학교 학과 정원 등을 정하는 점, 연금개혁 위원회에서 모수개혁을 빼고 이야기하는 점, 저출생·노인문제와 밀접한 이민‧해외노동자 등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점 등이 구조개혁 진척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동의할 만한 주장이다. 장기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에 나서야 한다. 무분별하게 새는 나랏돈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국회에서 오랫동안 잠든 ‘재정 준칙’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어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책, 사회보험 및 직역연금 적자 보전, 방만한 공공기관 경영 등도 근절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규제 완화도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GDP는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기업이 성장해 부가가치를 늘리면 한 국가의 경제 성장도 이룩할 수 있다. 최근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도 국내 기업의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한 여파다. 반도체 등 전통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업·의료 등 기업화되지 않은 분야의 규제를 풀어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주식·부동산 투자 때문인지 몰라도 시장의 관심은 온통 기준금리에 향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재정 건전성, 기업의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화정책 하나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 장기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국가 경제 체질을 자체를 바꾸는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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