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가난한 나라의 철부지에게 코를 꿰인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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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1 08:08:00

2011년 12월 독재자 김정일이 사라지고 28세의 철부지 김정은이 대를 이었다. 그러자 북한을 전혀 모르는 인간들은 철부지 정은이가 3년도 못가서 망할 거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리에 앉은 지 2년 만에 자기를 철부지라고 비웃던 자들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고모부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4년 후에는 이복형 김정남을 백주에 암살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마지막 위험인자인 숙부 김평일까지 국내로 소환하여 감시의 틀 안에 잡아넣고 통치 기반을 철통같이 다졌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내로라하는 정치가들까지도 김정은이 자기 기반도 없이 저렇게 독재를 하다가는 얼마 못 가서 테러를 당하든가 아니면 군사정변이라도 일어날 것이라면서 정은이를 아직도 가난한 나라의 어린아이 취급하며 비웃었다.

그로부터 겨우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가난한 나라의 철부지라고 그렇게도 비웃던 김정은에게 한·미·일이 코를 꿰여 질질 끌려다니며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되었기에 이런 글을 쓴다.

지난달 29일 북한은 며칠 내로 미국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찰 위성을 발사하겠다며 위성의 경로까지 당당히 발표했다. 그러자 한국은 부랴부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는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할 경우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만 해댔다.

일본은 낙하물이 일본 영내로 떨어질 경우 즉각 파괴 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미군은 미군대로 촉각을 세우고 오키나와에서부터 출격한 정찰기들이 서해 일대를 정찰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미·일을 조롱하며 이틀 만인 5월31일 아침 아무 거리낌도 없이 정찰위성이라는 것을 발사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한·미·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닭 쫓던 개 지붕 바라보듯이 날아가는 미사일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제풀에 놀란 한국은 서울시에 밑도 끝도 없이 싸이렌을 울리며 대피준비령까지 내렸다가 몇 분 후에는 그것이 오보였다고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일본 역시 대피령을 내렸다가 해제를 했다.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군사 강국을 자처하는 한·미·일이 저 자그마한 북한에게 언제까지 이런 개망신을 당할 것인지가 참으로 의문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미·일이 지금 북한의 핵무기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껏 한다는 것이 한·미·일 동맹이나 외치고 70년이 넘도록 연례 행사마냥 해마다 군사훈련이나 할 뿐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대응한다는 것이 기껏 국가안전보장회의나 하며 계속 뒷북이나 치는 것이 전부다. 물론 회의도 군사훈련도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작고 가난한 나라의 김정은을 따라다니며 한·미·일 대국들이 당하기만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모든 불행의 화근은 지난 70년 동안 한·미·일이 동시에 키운 것이다. 1993년도에 북한이 국제핵확산방지조약에서 탈퇴하고 영변 원자로를 비롯해 전국에서 원자로들을 계속 가동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만 핵 억제 정책을 강요했을 뿐 북한은 오히려 방치하고 키워 주었다.

광신적인 독재자였던 김정일은 살아생전에 핵실험을 2006년과 2009년에 2차례 했고, 광명성 위성 발사는 1998년과 2000년에 두 차례밖에 하지 못하고 갔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철부지라고 깔보고 비웃었던 김정은은 지난 10년 동안에 4차례 핵실험과 수소탄실험까지 해서 핵무기를 완성시켰다. 또 광명성 3호와 4호를 발사시험 했고 수십 차례의 각종 미사일 발사시험을 거쳐 이번에는 정찰위성까지 쏘아 올리겠다며 세계를 우롱하고 있다.

1990년대 말 북한이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미국과 한국과 일본은 다 죽었던 독재자 김정일을 살려 주었고 대를 이어서 핵무기와 각종 미사일을 만들도록 물심양면으로 계속 지원해 주었다. 특히 미국은 국교 관계도 없고는 데다가 오토 웜비어라는 죄없는 자국 국민을 죽인 북한에게서 어떤 사죄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국무장관 폼페어가 김정은을 찾아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 해에 세 번씩 김정은을 만나면서 그에게 시간을 벌어 주고 몸값을 수백 배나 올려 주었다.

결국 한국과 미국은 지금 자기네가 길러 준 독사에게 물려서 버둥거리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올해 안으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손볼 것처럼 착각하는데 개꿈 깨시라. 한·미가 달라붙은 10년간의 전쟁이 패배로 끝난 베트남전쟁을 보라.

북한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한국과 미국·일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후진국이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이나 한국·일본 모두 북한에게 코를 꿰어서 질질 끌려다니는 이 현실을 뭐라 설명할 텐가? 누가 답을 좀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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