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임대인과 짬짜미… 악질 공인중개사 41% ‘위법 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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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명 점검 위법 사례 108건 적발… 수사의뢰 53명·업무정지 28명
3700명 대상 7월 말까지 2차 조사 “불법 확인시 법 따라 조치”

박상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31 14:26:39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을 두 차례 이상 중개한 수도권 공인중개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41%가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27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실시한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 수도권 공인중개사 242명 중 99명(41%)의 위반행위 108건을 적발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6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26건, 인천 15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점검은 2021년~2022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사고 8242건 중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2회 이상 중개한 수도권 소재 공인중개사(242명)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점검은 국토부·지방자치단체·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150여 명이 투입돼 임대차계약 중개과정에서 공인중개사법령 위반행위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점검 결과 관련 법령에 따라 53건을 경찰에 수사의뢰 했고 행정처분으로는 △등록취소 1건 △업무정지 28건 △과태료 부과 26건이 진행 중이다.

주요 위반행위로는 매도인·공인중개사 등이 공모해 보증금 편취 목적으로 매매계약 후 매수인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매도인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개보조원·중개알선인 등 무자격자가 중개행위를 하면서 계약서 작성 대가로 공인중개사에게 일정 금액을 제공하는 등의 여러 유형이 적발됐다.

수사를 의뢰한 위반행위 중에선 무등록 중개가 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 △컨설팅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세입자가 악성 임대인과 계약하도록 유도하는 등 거짓 언행으로 세입자의 판단을 흐린 경우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공인중개사 유사 명칭을 사용한 경우가 각각 5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례를 살펴 보면 공인중개사 A씨는 높은 전세금을 받은 뒤 '바지 임대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의 전세사기에 가담했다가 중개업소 상호·성명 대여 혐의로 수사 의뢰됐다.

A씨는 중개알선인 B씨가 전세계약을 주도하고, 자신은 계약서 대필만 해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비슷한 사례가 2건 더 확인됐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청이 점검을 나간 지 3주 만에 부동산을 폐업했다.

매도인과 공인중개사가 공모해 매매계약 후 매수인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매도인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례도 적발됐다.

정부는 전세사기 의심 거래를 추가 선별해 지난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3700명을 대상으로 2차 점검을 실시한다.

이제는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을 한 차례만 중개했더라도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이 선별한 '이상 거래 2000여 건 중개' 중개사도 점검 대상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의심거래 점검대상을 추가하고, 점검지역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2차 특별점검을 시행 중이며 불법행위에 연루된 공인중개사 관련 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이상 거래 점검은 전세 사기 문제가 커지기 전에도 꾸준히 이뤄졌다. 공인중개소 대표들도 거래 위반 행위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에서 기간을 정해놓고 점검이 이뤄지다 보니 위반 행위를 한 일부 공인중개사는 '점검 기간만 피하자'라는 인식도 있다. 집중 점검이 효과가 없다고 할 순 없으나 상시 감시·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기자 p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