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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하면 으레 박정희정부를 구석으로 몰고 간 1979년 10월의 부마(釜馬)항쟁이 연상된다. 부산과 지금은 창원시로 편입한 마산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부산·마산과 전혀 상관없는 ‘임금님의 사위, 즉 공주의 남편’도 부마(駙馬)로 불린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고대 중국 진(秦)나라 땅 농서(隴西)에 꿈 많은 청년 신도탁(辛道度)이 살고 있었다. 좋은 스승을 만나 학문을 익혀 청운의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을 품고 고향을 등졌다. 그런데 수도인 옹성(雍城)으로 가는 길에 하루는 산 속에서 날이 저물고 말았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신도탁 눈에 문득 불빛이 들어왔다. 산기슭에 커다란 기와집이 있었다. 신도탁은 “옳거니! 궁하면 통한다더니”하며 기와집 문을 손기척했다. 잠시 후 여인이 나오자 신도탁은 “옹주에 가는 나그네인데 날이 저물어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겠소?”하고 말했다.
아무 말 없이 들어갔던 여인은 얼마 후 다시 나와 그를 집으로 안내했다. 방 안엔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여인이 말했다. “저는 민왕(閔王)의 여식인데 조(曹)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찾아 온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니, 아무쪼록 저와 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신도탁은 “저는 한낱 미천한 백성입니다. 어찌 감히 신분이 고귀하신 분을…”하며 사양했다. 하지만 여인의 간곡한 청에 이끌려 마지못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흘 후 길을 나서려 하자 여인은 “고백하자면, 저는 산 사람이 아닙니다. 제게 허용된 시간은 사흘뿐입니다” 하며 함께 베고 잔 금실 베개를 정표로 내밀었다.
생시인지 꿈인지 헷갈렸지만 베개를 받아 돌아선 순간 기와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덤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머리끝이 쭈뼛해진 신도탁은 죽자 살자 뛰어 옹성에 도착했다. 베개를 팔아 음식을 사먹으려다 마침 저잣거리에 나왔던 왕비가 베개를 보고 죽은 공주의 부장품임을 알고 신도탁을 도굴꾼으로 체포한다.
신도탁은 억울하다며 하소연했고, 현장검증 끝에 그의 진술이 사실임을 알게 됐다. 잠시나마 딸의 현현에 감동한 왕과 왕비는 신도탁의 손을 잡고 “진정한 내 사위”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부마도위(駙馬都尉·천자의 마차를 끄는 말을 관리하는 벼슬)라는 직책과 재물을 하사했다. 이때부터 임금의 사위를 ‘부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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