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순자산 107조로 ‘쑥쑥’… 중소형사 겁 없는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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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위축에도 8개월 새 자산총액 37% 급증
삼성·미래에셋 양강 체제 흔들… 다경쟁 시대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1 10:46:39

▲ 11일 금융투자협회·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TF 합계 순자산총액은 6일 기준 107조4752억 원으로 작년 말(78조5116억 원) 대비 36.89% 불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공모펀드 시장 위축에도 자금을 끌어모으며 순자산 107조 원을 넘어섰다. 시장 주도권도 점차 변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삼성자산운용의 독주 체제였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삼성-미래에셋 간 양강(兩強)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며 다(多) 경쟁 체제도 나타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TF 합계 순자산총액은 6일 기준 107조4752억 원으로 작년 말(78조5116억 원) 대비 36.89% 불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이 1767조 원에서 2033조 원으로 15.1% 오른 것을 감안하면 큰 상승폭이다. 2020년 1월(51조7100억 원)과 비교해서는 2년 반 사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ETF 순자산이 1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 6월30일(100조312억 원)이다. 2002년 10월14일 코스피200 기반 4개 종목(순자산총액 3552억 원)으로 첫발을 뗀 지 21년 만이다. 이후에도 7월 말(103조9774억 원)·8월 말(106조4138억 원) 등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ETF 시장은 삼성운용이 선두를 달리고 미래에셋운용이 이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ETF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작년 말 32조9505억 원에서 6일 43조4409억 원으로 31.84% 늘어났다. 이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도 29조5674억 원에서 40조30억 원으로 35.29% 증가했다.

순자산 증가 규모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모두 10조4000억 원대로 거의 비슷하다. 점유율 격차도 3.2%p에 불과하다. 이는 ETF 전문 인력들이 삼성운용에서 이탈하고 미래에셋운용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개인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빅2’ 운용사의 지배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삼성운용의 점유율은 작년 말 41.92%에서 6일 40.42%로 1.5%p 하락했다. 한때는 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 점유율 역시 37.66%에서 37.22%로 0.44% 주저앉았다. ‘빅2’ 운용사의 점유율이 축소된 것은 올해 다른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은 3.89%에서 4.78%로 올랐다. 신한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0.94%에서 1.83%로 상승했고 한화자산운용은 1.84%에서 2.63%로 뛰었다. 특히 신한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작년 말 7357억 원에 그쳤지만 6일 1조9707억 원으로 167.87% 급증했다. 한화운용도 1조4472억 원에서 2조8225억 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으로 경쟁을 벌이면서 한화운용은 작년 말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기존 5위에 있던 키움운용은 6위로 내려갔고 NH아문디자산운용은 6위에서 8위로 밀려났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위권 업체들이 상품을 선보이면서 ETF 시장 파이(규모)가 커졌다”며 “이런 경쟁 분위기는 기존 대형사들 경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도 “공모펀드 시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수익률 부진으로 위축되자 간접투자자들이 비용이 적게 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TF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ETF 시장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선두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ETF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무한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ETF 상품의 운용보수를 과도하게 낮추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하면 후발 운용사들은 ETF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보수 경쟁보다 차별화된 신규 상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시장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6월 ‘ACE 미국고배당S&P ETF’의 총보수를 0.06%에서 0.01%로 내렸다. 미래에셋운용도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3%로 내놨고 신한운용 역시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0.03%로 낮췄다.

한편 공모펀드에서는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2020년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35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공모펀드에서 61조 원이 순유출되고 ETF로는 27조 원의 자금이 순유입한 결과다.

전체 펀드시장 내 공모펀드의 비중은 2011년 31.4%에서 올해 21.6%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직접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