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리 무시한 항명
수사권도 없는데 수사권 침해 주장은 법리적 모순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지시에 복종부터 하고 볼 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0 06:31:10
 
▲ 이동호 변호사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던 해병대 병사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그런데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 결과를 국방부에 보고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이첩 대상자를 축소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단장이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군은 수사단장이 상부의 명령에 불복종한 것이라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보직 해임해 버렸다. 그러자 수사단장이 8월11일 KBS 시사프로에 나가 외압을 주장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상부에 알리지 않고 방송에 출연한 행위는 징계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견책의 경징계가 내려졌다. 군검찰이 수사단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되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특별검사 법안을 발의했다. 수사단장의 해병대 동기들도 그를 엄호하고 나섰고 경찰 이첩 지시를 번복해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국방부 장관의 교체까지 발표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항명보다는 외압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필자는 수사단장과 그의 변호인들의 주장은 법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사단장 측은 경찰 이첩 대상자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수사 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방해 대상이 되는 권한, 즉 수사권을 군이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원래 군인에 대한 형사재판 관할권은 군사법원에 있었고 수사권도 당연히 군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7월부터 군인이 사망한 사건이나 군인이 범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일반 법원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군 수사기관이 이런 사건을 인지하면 더 이상 수사해서는 안 되고 사건을 경찰 등 군대 밖의 수사기관으로 이첩시켜야 한다. 채상병 사망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해병대가 한 수사는 엄밀히 말해 수사가 아니라 단순한 조사 정도로 봐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 보고하고 해병대 사단장 등에 대한 징계를 건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수사권에 근거한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설령 국방부나 대통령실 지시대로 해병대 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다고 해서 경찰이 구속받을 이유가 없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수사를 해서 사단장에게서도 혐의가 발견되면 얼마든지 그를 기소할 수 있다. 수사단장은 상부 지시대로 이첩 대상자를 축소하면 윗선의 책임이 묻힐 것을 우려한 것 같지만 이는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군에 수사권이 있는 걸로 착각한 결과일 수 있다. 권한을 남용한 자는 국방부나 대통령실이 아니라 해병대 수사단장 본인일 수 있다는 말이다.
 
수사단장에게 수고했다고 격려까지 했던 국방부 장관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를 번복한 것이 외압이라는 주장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상급자라도 한 번 내린 지시는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 같기 때문이다. 헌법상 군의 최고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 본인이나 그의 명을 받은 대통령실 비서는 국방부 장관의 결정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물론 대통령의 결정에 법 위반이 있다면 대통령 역시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국방부 장관이건 대통령이건 대체 무슨 법 위반 사항이 있다는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다.
 
수사단장 측은 외압을 거론하지만 그것이 직권남용 같은 범죄가 되려면 수사단장에게 수사권이라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권한이 없다. 만약 수사권 가진 검사의 결정을 상급자가 독단적으로 번복시켰다면 이것은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검사는 그 자체가 수사권을 가진 독립 관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장은 독립 관청이 아니다. 그래서 국방부 장관 같은 지휘권자가 경찰에 이첩할 대상자를 줄이라고 명령했다면 수사단장은 일단 이 지시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아니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같은 내부 절차에 호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사단장이 초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는데 여기까지는 적절했다.
 
문제는 아직 수사심의위원회 결정도 안 내려진 상황에서 상부에 알리지도 않고 KBS 시사 프로에 나가 외압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수사단장 입장에서는 군검찰이 자신을 항명죄로 입건하니 위기감을 느껴 외부에 도움을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용인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미 마련되어 있는 내부 절차가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익신고의 의무가 있는데 신고할 기관은 조사기관·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이다. KBS 같은 언론사는 신고할 기관이 아니란 것이다.
 
이 사건을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항명에 빗대어 정당화하려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좌천당했으나 오히려 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정권이 바뀐 후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러나 이런 비교는 착각이라고 본다. 윤석열 당시 검사는 좌천을 감수했을 뿐이지 외부 언론에 나가 섣불리 억울함을 호소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단장은 대통령의 직접 개입 의혹까지 주장했는데 자꾸 이런 식이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개입할 사건도 아니지만 설령 대통령이 개입했더라도 대통령은 그런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로 수사단장의 권한이 침해될 리도 없다. 수사단장 측은 도대체 무슨 권한을 침해당한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3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3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