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공기업)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가 절실하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위상은 막강하다. 경쟁제한과 진입규제로 독점적 이윤과 안정적 시장지배가 보장된다. ‘철밥통’으로 불릴 정도의 신분 보장과 높은 임금 수준에 과도한 복지 혜택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지만 낮은 서비스 품질로 소비자 불만이 크다.
이러다 보니 공공기관 350곳 부채는 600조 원(2022년 말)에 근접한다. 정부 일 년 예산과 맞먹는다. 방치하면 재정 파탄이 불 보듯 훤하다. 물론 이는 문재인정부가 몸집 부풀리기로 일관해 온 데 원인이 적잖다. 문 정부 5년간 늘어난 공공기관 부채는 90조 원에 달한다. 유형별로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부채가 434조1000억 원, 한국국제협력단·근로복지공단 등 준정부기관은 128조300억 원, 기타 공공기관 20조6000억 원이다.
게다가 웬만한 대기업 직장에서도 보기 힘든 과도한 복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가철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2018년부터 5년간 운동기구 121개를 구입하는데 1억8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515만 원 상당의 야구 피칭머신(투구기)와 30만 원 상당의 볼링공이 포함돼 있고 체성분 분석기(약 2000만 원)·체지방측정기(약 650만 원) 등 고가 진단 장비도 있었다.
LH의 한 사업본부는 2019년 8월 택지개발사업 조성사업 예산으로 당구대(320만 원 상당)를 구입했다. LH 감사실은 이런 사실을 적발해 해당 사업본부장에 감봉 1개월을 요구했지만 인사위원회는 과거 표창 수여를 이유로 가장 수위가 낮은 ‘견책’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기준 정규직 1인당 복리후생비가 300만 원을 넘는 공기업은 강원랜드(428만 원)·한전(413만 원)·주택도시보증공사(380만 원)·한국석유공사(358만 원)·인천항만공사(333만 원)·부산항만공사(330만 원)·LH(323만 원)·울산항만공사(319만 원) 등 8곳이다. 복리후생비 지급 항목은 주로 복지포인트·학자금·명절 보너스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호화 청사와 고액 연봉·과도한 복지 등을 구조조정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이유다. 그러나 강성 노조 등의 저항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대해진 조직과 폭증한 부채를 고려할 때 공공기관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대 부채를 기록한 공공기관에 대한 ‘빅배스(Big Bath)’에 매진할 시기다. 빅배스는 묵은 때를 모두 벗겨내는 ‘큰 목욕’을 의미하며, 윤 정부 이후 새로 취임한 책임자가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야 한다.
예컨대 20일 취임한 김동철 한국전력 신임 사장이 “1990년대 한전은 시가총액 압도적 1위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었지만 지금의 한전은 사상 초유의 재무 위기로 기업 존폐를 의심받고 있다”며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내부개혁 없이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게 공감이 크다. 비대해진 본사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사업소 거점화·광역화 추진,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 혁신 및 민간 수준의 과감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천명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은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책무가 무겁고 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공기관 수가 가장 많다. 미래지향적인 공공기관 개혁이 요청된다. 공공기관 구성원 스스로 이제 파티는 끝났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혁명적 변화에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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