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국가가 비정상이면 국민은 밖으로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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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조작 국민 호도는 비정상적 국가의 막장 통치
국가 현안 산적한데 개인·기업은 국가에 애정 식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6 06:31:40

나라 밖 세상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넋을 놓고 있으면 언제 코가 베어질지 모를 정도로 요동을 친다. 아군과 적군이 수시로 바뀌는 편짜기가 점입가경이고, 국가마다 그들이 가진 것을 최대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자원을 가진 나라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갈 태세다.

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판세를 잘 읽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 반면, 미숙한 적응으로 손해를 보는 국가들의 명암이 엇갈린다. 후자에 속하는 국가 중에는 국가의 장래보다는 편협한 진영이기주의에 함몰되어 국가를 거꾸로 퇴보시키는 경우도 목격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지각이 있으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문제다.

5년 혹은 10년마다 정치판이 벌집을 쑤신다. 과거를 청산한답시고 요란한 정치 굿판이 어김없이 벌어진다. 잔치를 벌이는 진영에 속한 무리는 이를 마치 당연지사로 받아들이고 혹자는 마치 축제처럼 즐기기도 한다. 좌우 극심한 대립으로 계속 후진하고 있는 중남미 정치판과 우리 정치가 거의 판박이다. 좌파 정권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를 거부하고 대중영합적 퍼주기를 남발하면서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내몬다. 이를 타파하겠다고 들어선 우파 정권은 친미(親美)로 회귀와 정상적인 경제로의 복귀를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정권을 다시 내준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우둔한 국민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치는 이를 교묘히 파고들면서 국가를 분열시켜 결국 자중지란으로 내몬다.

정치판의 퇴행적 구조에 더해 국가 운영 관련 의사결정 메커니즘의 민주적 절차 무시와 파행적 행위가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폐단이 시정되지 않고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이유는‘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늘공(늘 공무원)’을 찍어 뭉개는 편법 혹은 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정권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에 반발하는 늘공에게 갖은 공갈과 협박을 남발한다. 이번에 드러난 통계청과 부동산원의 통계 조작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국가에서 독재국가나 문맹국과 같은 가장 후진적인 집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니 기가 찰 일이다.

지난 정부가 그들의 집권 철학인 소득주도성장의 명분 축적을 위해 늘공들이 밤을 새워가면서 통계 날조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통계청장이 밤을 새워가며 이를 진두지휘했다고 하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항변하는 늘공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공무원은 소신을 따르다간 고위직에 오르기 어렵다. 이웃 일본만 보더라도 고위 공무원일수록 자존심과 직무에 대한 긍지가 대단해 정치권의 무례한 행위에 대해 단호히 거부한다. 그렇다 보니 이런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 상당수 전문가가 우려했던 대로 소득주도성장이 결국 하위층의 소득까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국민에게는 90%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사기극을 연출한 것이다.

그들 내부 세계에도 일부 변화의 조짐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와 현실을 보는 지적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광우병 왜곡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같은 황당무계한 사태를 겪으면서 제정신을 차리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세상을 뒤집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려는 그들의 위험한 몽상과 허구가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얕은 지식과 막무가내식 선동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젊은 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고 오른쪽에 있는 정치 집단에게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무능한 데다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 삶과 피부에 와닿는 비전과 철학이 부재하다.

정부가 주도하긴 했지만 최근 민·학·연이 주도한 ‘산업대전환포럼’에서 제시한 6대 미션, 46개 과제가 눈길을 끈다. 오랜 기간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 내용을 정리하여 내놓은 것이지만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평가된다. 혁신·인재·기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금의 한국 경제 현상이 30여 년 전의 일본과 흡사하다. 일본은 재기할 수 있는 저력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우울한 진단마저 나온다. 여기에다 세계 꼴찌 출산율에다 교육 부조리, 나아지지 않는 청년 실업, 소멸하는 지방 소도시 등 국가 현안이 산적하다. 바깥에서는 우리를 추격하면서 위협하는 주자들이 계속 늘어난다. 국가에 대한 애정보다 혐오가 더 많다. 이런 분위기로는 한국호(號)가 순항하기는커녕 계속 표류하기에 십상이다. 누가 국민의 마음을 다시 돌릴 것인지 아직은 미궁이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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