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칭다오맥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스카이&땅

[스카이&땅] 칭다오맥주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3 06:30:30

▲ 칭다오맥주 3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원료에 소변을 보고 있다. 홍성신문 캡쳐·연합뉴스

19세기 말 독일 제국이 중국 산둥반도를 침략해 점령한 뒤 쇠락해가던 청나라와 조약을 체결해 조계지로 획득한 곳이 산둥성 일원이다. 남한 면적의 1.5배인 15만6700㎦의 땅 덩어리가 독일의 식민지가 된 셈이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인구 1억 명이 넘으며 각종 물자가 풍부하다.

산둥성은 이후 독일 해군 동아시아 전단의 기지로 개발돼 수많은 독일풍 시설물들이 지어졌다. 산둥지역의 질 좋은 지하수로 맥주를 만들기로 한 독일은 1903년 영국과 합자해 로망맥주 공사를 설립했다. 독일은 맥주 제조의 선진국이다.

독일에서 맥주 생산 설비와 원재료 등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맥주 생산에 돌입한 지 3년 만인 1906년 독일 뮌헨국제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세계적인 맥주로 성장한 칭다오 맥주가 태어난 배경이다.

땅 덩어리가 어마어마한 중국에는 지역마다 고유의 맥주가 존재한다. 120년 역사를 거느린 칭다오맥주는 쉐화·옌징·하얼빈 맥주와 함께 중국 4대 맥주로 꼽히며 국내에도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2022년 말 기준 수입 맥주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류 판매점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산둥성 핑두시 칭다오 3공장에서 헬멧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맥주 원료인 맥아에다 방뇨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그가 어깨높이의 담을 넘어 맥아가 쌓여 있는 곳으로 들어간 뒤 주위를 살피며 소변을 보는 모습이다.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장면이다.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원성이 쏟아졌고, 세계적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다.

중국에서는 2008년 인체 유해 화학물질인 멜라닌을 함유한 분유가 유통돼 6명의 갓난아기가 숨지고 30만 명이 피해를 보는 파동을 겪었다. 3년 전엔 쓰촨의 유명 훠궈 음식점이 손님이 먹다 남은 훠궈와 잔반을 모은 뒤 조미료 등을 첨가하고 새로 끓인 일명 ‘구정물 식용유’를 추출해 재사용하다 적발됐다. 최근엔 대학 구내식당 음식에서 쥐대가리가 나오는 등 먹거리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중국산 먹거리를 수입할 때 우리 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중국 당국이 아무리 엄벌을 가해도 먹거리를 갖고 장난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 인구 14억여 명의 중국은 대국이 아니라 소국임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