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겨울철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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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겨울철 모기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31 06:30:27

▲ 경기도 구리시가 지난해 감염병 매개 역할을 하는 겨울철 모기박멸을 위해 '동절기 모기유충 집중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구리시

겨울철 양지 바른 곳을 지나다 보면 영락없이 개나리 몇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며칠 동안 볕까지 잘 드니 봄이 왔는 줄 알고 꽃망울을 터트린 것이다. 다시 추위가 몰아치면 개나리꽃은 슬그머니 꽃망울을 아문 채 동면에 들어간다. 생명체의 오묘함이다.

어디 식물뿐이랴. 지구상에 존재하는 만휘군상(萬彙群象) 생명체는 모두 생존 본능과 종족 번식에 대한 욕망이 있다. 서로 자기의 유전자(DNA)를 남기거나 퍼트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때론 생사를 건 쟁투까지 벌인다. 덕분에 생태계가 유지되고 인간도 생존한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도는 요즘에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바로 모기 창궐이다. 사방이 막힌 아파트와 사무실은 물론 식당과 종교시설, 심지어 자동차 안에까지 때 아닌 모기가 출몰해 윙윙거린다. 모기는 열대성 변온동물이라 겨울이 오면 종적을 감추는 게 기본이다.

수명이 약 60일 전후인 모기는 온도가 내려가면 활동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방구석 같은 곳 벽에 붙어 동면에 들어간다. 물론 암모기는 항시 온기 품은 물이 고여 있는 싱크대 밑 물탱크나 하수구·정화조·욕조·변기·짐승우리·주차장 고인 물 등에 알을 낳는다. 모기 알은 따뜻한 물을 만나면 부화해 유충(장구벌레)으로 있다가 성충 모기로 성장한다.

날개가 돋아난 성충 모기는 엘리베이터나 계단·환기구를 통해 사람 사는 집으로 침입한다. 발달한 후각으로 사람 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아 거실과 침실까지 들어와 사계절 사람을 괴롭힌다. 따라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겨울철 유충 한 마리 잡으면 여름철 모기 500마리 박멸 효과’ 캠페인을 하기도 한다.

실제 서울시 몇몇 구청과 경기도 구리시·울산광역시는 지난해 11월 대대적으로 ‘겨울철 모기방역’을 실시했다. 이들 지자체는 아파트·공공건물·종교시설 등 200인용 이상 정화조·집수정을 가진 대형 건물을 대상으로 특별방역기동반을 투입해 집중방역을 했다.

물론 모든 모기 유충은 다 제거할 수도 없지만 다 제거해서도 안 된다. 중국 마오쩌둥은 들쥐·파리·모기·참새 등 “네 가지 해충을 제거하라”는 제사해(除四害)운동을 펼쳐 참새를 대폭 줄였지만, 애벌레와 메뚜기 등이 활개쳐 농작물 수확이 감소해 수천만 명이 아사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모든 게 적당한 게 좋은 모양이다. 조정진 편집인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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