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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장애 뛰어넘는 그림의 힘… 세계적 작가 꿈꾼다
학교 졸업하면 갈 곳 없는 장애인들… 그림 향한 열정 지원
해직 교수 시절 받은 도움에 보답하려 재능 사회 환원 나서
“측은지심이 아닌 역지사지의 눈높이로 바라봤으면…”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02 00:03:00
30일 서울 동작구의 도와지 교실에서 도와지 학생들과 임직원이 함께 웃고 있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도와지()라는 이름엔 그림을 통해 장애에 대해 알아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도와지는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문화예술 향유 및 창의력 함양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2013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시작된 도와지는 201711월 서울시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이후 도와지는 각종 공모전·전시회 개최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30일 성현석 도와지 사무총장이 서울 동작구의 도와지 교실에서 도와지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학교 졸업하면 갈 곳 없는 장애인… 방치되는 셈
 
대표께서 대학교에서 일하시다가 차별을 당하시는 일이 있었어요. 투쟁 과정에서 많은 장애인 단체가 함께했죠. 그 일이 끝나고 본인들이 받았던 도움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성현석 사무총장은 설립 이유부터 설명했다. 대표인 안태성 교수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학과장까지 지냈지만 부당한 처우를 받고 항의하다 해직당한 바 있다. 성 총장에 따르면 당시 안 교수는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따돌림과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초창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했어요. 계층이 굉장히 넓었죠. 당시에는 향유 차원의 단순한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한 셈이죠. 이후에 비영리 민간단체를 설립하면서 전문화된 거예요.”
 
타겟을 장애인·비장애인에서 청년 발달장애인으로 좁히면서 프로그램의 질도 높였어요. 나중에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을 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미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 거죠.”
 
장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갈 데가 없어요. 학교에 있을 동안은 공적인 부분이 지원되지만 졸업하는 순간 지원도 끊겨 버려 방치되는 셈이죠.”
 
사단법인 설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사회적 소외계층 가운데 장애 청소년·청년 대상으로 창작 지원 활동을 이어 왔어요. 창작 레지던시부터 작품 전시회 등을 주력 사업으로 이어 오고 있죠.”
 
법인 산하에 동호회도 있어요. 렁트멍(Lentement) 동호회라는 곳인데 렁트멍이 프랑스어에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느리게·천천히라는 말이에요. 우리 학생 작가들이 자신들의 특징에 맞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다는 의미죠.”
 
30일 서울 동작구 도와지 교실에서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회사 취직하는 학생도 많아… 재정·인력 문제는 있어
 
2020년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을 보면 2018년 장애인 수는 251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 문제는 이 가운데 취업률은 34.9%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와지는 미적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직 학생인 친구만 빼면 다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주로 공모전을 통해서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받으면 일반 기업들에서 직원으로 뽑아 가기도 하죠.”
 
특히 최근에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공모전을 통해 자기 회사와 그림 풍이 맞는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을 채용하는 거죠.”
 
물론 저희가 단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보니 소수의 전문 작가를 키우는 게 현재로서는 목표입니다. 이 때문에 아무나 받아 줄 수는 없고 테스트를 거쳐요.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검토하고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는 거죠.”
 
입소문은 타고 있지만 운영은 쉽지 않다. 매년 지원금을 따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력도 문제다. 관련된 일을 할 만한 인력 풀도 없고 하려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아쉬운 점은 교육해 줄 선생님을 모시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전문적으로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어야 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나 공감도 어느 만큼은 가능한 사람이어야 하다 보니 힘든 거죠. 함께 해왔던 보조 강사들도 주 강사로는 힘들어서 못 넘어 옵니다.
 
게다가 재정적으로 넉넉지 못하니까 재능이나 실력도 있는데 여기서 일하려면 월급을 반토막 내야 하는 수준이니 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도와지의 목표는 크다. 큰 목표마저도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한 과정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작가를 배출해 내는 게 도와지의 목표예요. 유명한 발달장애 작가가 탄생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 작가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지원도 늘어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30일 서울 동작구 도와지 교실에서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측은지심은 도움 안 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해야
 
성 총장은 몇 가지를 힘줘 말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타인에 대한 이해 부족 문제가 주 요지였다.
 
오해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작가 작품에 대해 오해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테크닉이 있으면 누가 그려 줬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작품성이나 기술적으로 뛰어나면 이런 오해들을 많이 받습니다. 본인이 직접 그리는  걸 보지 않으면 학부모나 선생님이 대신 해 줬을 거라는 오해를 해요. 장애인들의 수준이 그 정도까지 되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거죠.”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런 일이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측은지심만으로는 상대가 발전할 수 없거든요. 영원히 도움의 대상으로 남을 뿐이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단지 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눈에 띄고 있잖아요. 그런 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 부족으로 나타나는 문제인 거죠.”
 
보람을 느낀 적 있냐는 질문에 성 총장은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어떤 사명감이 있어서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필요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하는 거죠. 가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친구들에게는 이런 곳 추천 안 합니다. 저야 혼자 살고 그러니까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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