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전청조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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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전청조 신드롬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03 06:30:30

▲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사진) 씨가 제주의 한 카페에서 경호원들과 머무르고 있는 모습이다. 김민석 서울강서구의회 의원

지난 열흘 동안 많은 사람의 화제에 올랐던 뉴스의 주인공은 단연코 전청조와 남현희, 아니 전청조일 것이다. 가히 ‘전청조 신드롬’이라 할 만큼 많은 기사가 양산됐고 그의 기상천외한 행적이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달 23일 여성조선의 단독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전 펜싱 국가대표선수 남현희가 재혼을 앞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예비 신랑이 ‘15세 연하의 재벌 3세’라는 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재혼+연하+재벌’의 조합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재혼 발표 후 양파껍질 벗겨지듯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전청조의 사기 의혹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그 규모나 수법이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사기꾼 역에 아주 잘 어울렸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잡을 테면 잡아 봐)’의 주인공 못지않다고나 할까. 이 영화는 10대 후반부터 수표 위조 등으로 미국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이름을 떨쳤던 실제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전청조의 사기 행적은 애버그네일을 뺨칠 정도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누구나 놀라워할 만한 일들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대목이 있었으니 이는 전청조의 엉터리 영어 SNS 메시지다. 뉴욕 출신임을 강조하려는 듯 ‘I am 신뢰예요’ 등 영어를 섞어 쓴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를 조롱하듯 흉내 낸 각종 ‘밈(meme)’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I am OO예요’라는 표현이 무한 재생산되고 있다. 한 업체는 화장지 광고에 ‘I am 특가예요’라는 문구를 쓰기도 했다. 의사이면서 작가로도 이름이 잘 알려진 남궁인 씨도 자신의 SNS에 이 신드롬에 감염됐음을 고백한다. 그는 “하루 종일 모든 문장을 ‘아이 엠’으로 치환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며 그 언어에 속박됐다고 말한다.

이 현상에 대해 남궁씨는 “너무 막무가내로 그릇된 문장은 가끔 뇌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문장뿐이랴. 막무가내로 허황된 꿈 역시 뇌리를 마비시키는 위험한 것임을 전청조 사건이 우리에게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박선옥 논설실장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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