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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이스라엘의 딜레마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0 06:30:30
▲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건물이 초토화돼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 북부 중산층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치과의사 마모드에게 휴대전화로 낯선 번호의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상대방은 완벽한 아랍어를 구사하며 말했다. 자신은 ‘이스라엘 정보요원’인데 이스라엘군이 곧 폭격을 개시할 것이라면서 마모드에게 지역 주민을 대피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시간 여유를 2시간 주겠다고 말했다.
 
마모드는 반신반의하며 정체모를 상대방과 한 시간 이상 통화를 이어 갔다. 한편으론 제발 폭격을 막아 달라고 애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웃주민들에게 신속히 도망치라고 목청껏 소리지르며 다녔다. 이웃 주민들의 대규모 대피 행렬이 이어졌고 그런 직후 정말로 마모드는 눈앞에서 건물들이 폭격을 받아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이스라엘 당국이 왜 하필 자신을 메신저로 선택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후에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지난달 7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수십 년 동안 긴장 상태가 잠재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공격은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이뤄졌고, 그 폭력의 수위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잔인했다.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처절한 보복전을 예고했다. 성서에 나온 것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전쟁 발발과 무관한 죄없는 민간인이 될 때는 복수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한국 취재진을 초청해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43분 분량의 영상에서는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끔찍한 광경들이 반복됐다고 한다. 유아·어린이·여성 등의 시신은 물론 불탄 시신 수십 구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이스라엘의 딜레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보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가자지구를 공격하기 전에 민간인에게 사전 경고하고 대피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인질로 잡은 민간인을 방패막이 삼아 이스라엘 공격을 막으려는 하마스를 상대하기 어렵다. 솔로몬의 지혜가 이스라엘 지도자에게 깃들어 전쟁을 지혜롭게 끝내기를 기대해 본다.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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