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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개 식용 논란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4 06:30:30
▲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및 동물의료 개선 종합대책 민··정 협의회에서 정황근(왼쪽 두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여 년 전 노태우 대통령이 전라북도 도청을 초도 순시했을 때의 일이다. 노 대통령은 전주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뒤 점심을 하러 수행원들과 50km 떨어진 임실군 오수면으로 갔다. 오수면의 의견탑 인근 보신탕집이었다
 
평소 보신탕을 즐겨 들었다던 노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뒤 주인을 불러 하필이면 의견탑 앞에서 영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개는 살아서 인간을 구하고 죽어서는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이로운 동물이라는 주인의 말에 노 대통령은 껄껄 웃고 말았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원시 시절 최초로 길들인 가축이 개다. 인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다.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만큼 인류가 단백질원으로 섭취해 온 식재료 중 하나가 개고기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중세·근대까지만 해도 세계 여러 곳에서 개를 식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동아시아·멕시코·아프리카 등에선 주요 식문화로 자리잡은 게 개고기였다. 북한에서도 단고기라는 이름으로 개고기를 대중적으로 먹으며 한술 더 떠서 통조림으로도 판다.
 
매년 개고기 축제가 열리는 등 식용 개고기 최대 소비국은 중국과 베트남이지만 개고기=한국이라는 공식의 이미지가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스럽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개고기를 먹는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은 언행이었다.
 
하지만 사회는 크게 변했다. 2022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인구 비율은 85%를 웃돌았다. 복날 개고기 회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사라졌고,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도 더 이상 특이하지 않다. 개 식용을 하나의 식문화로 인식하는 관습이 약화된 셈이다.
 
그럼에도 개고기를 먹어야 하나 먹지 말아야 하나라는 뜨거운 논쟁은 계속돼 왔다. 문재인정부는 이 논란을 끝내기 위해 202112개식용문제논의를위한위원회를 출범시켜 회의를 거듭했지만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연내 개 식용 금지를 위한 특별법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식용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의 금지가 골자이며 2027년부터는 단속에 들어간다. 육견협회 등의 반발도 거세다. 법으로 강제해서 개 식용 문화를 없애려는 시도가 과연 실효를 거둘지는 지켜볼 일이다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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