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임성철 순직 소방관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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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80대 노부부 구하다 참변… 시민분향소 5일까지 운영
순직 소방관 해마다 증가… “대대적인 업무환경 개선 시급”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3 19:00:59

▲ 2일 제주시 연동 제주소방안전본부 1층 회의실에 마련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시민분향소. 임 소방장은 1일 화재 진압 중 사고로 순직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1일 80대 노부부를 구한 후 화재 진압을 하다 순직한 임성철(29) 소방장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마다 거듭되는 소방관 희생을 막기 위한 절박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임 소방장 대학 재학 시절 부터 알고 지냈다고 밝힌 응급구조사 A씨는 본지에 “고인과 수년간 업무와 관련한 이런 저런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뉴스를 통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임 소방장과 같은 위험을 안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을 많은 사람이 기억해주고 추모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일반 시민의 추모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누리집에 마련된 임 소방장 온라인 추모관에는 이날 오전 1시 기준 1만6000여 명이 온라인 헌화를 했으며 120여 개의 추모글이 올라와 있다. 임 소방장의 친구라고 밝힌 이는 “원하는 거 있으면 내 꿈속에서 말해 다 들어줄게. 꼭 와라. 계속 너를 부르고 싶다. 너랑 같이 놀고 싶다. 보고 싶고 고생했고 고생했다. 사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임 소방장은 2019년 경남 창원에서 소방관을 시작했고 제주한라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뒤 2021년부터 고향 제주도에서 근무해 왔다. 임 소방장은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감귤창고 화재 진압 중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가 강한 바람에 무너져 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 잔해에 머리를 맞고 크게 다쳤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 소방장에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제주도는 합동분향소를 5일까지 소방안전본부 1층 회의실에 마련했다. 또한 전 공직자에게 근조 리본을 달도록 하는 등 7일까지 애도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김성중 행정부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청 간부 공무원들도 2일 분향소를 찾아 헌화·분향했다. 소방공무원들도 근조 리본을 착용한 채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지켰다.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도 동료 소방관들을 비롯한 조문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남화영 소방청장도 제주를 찾아 사고 현장을 확인한 뒤 빈소를 찾았다.

한편 지난해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 소방관 순직현황’을 보면 2011년부터 2022년 1월14일까지 화재‧구조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55명이었다.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같은 기간 화재 진화‧구조‧구급 등 소방 활동 중 부상당한 소방관은 총 4219명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소방관계자는 “화재나 붕괴 참사 등 심각한 사건사고 현장을 가장 먼저 지키는 이들이 바로 소방관”이라며 “처참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정신적 스트레스와 휴우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자칫하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직업인 만큼 안전 대책 등 대대적인 업무환경 개선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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