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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탈북인 전시 옆 ‘한국인을 관두는 법’ 영상물 적절한가
코리안 디아스포라 전시에 노마드 영상은 패착
평화문화진지 ‘두 개의 시간: 한韓과 조선朝鮮’ 展
사선 넘은 탈북인 조롱 오해 소지 크다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10 19:29:46
 
▲ ‘한국인이 되기 위해’ 사선을 넘어 온 탈북인 작가 전시물 옆으로 ‘한국인을 관두는 법’ 영상물이 배치되어 있다. 임유이 기자
 
서울 도봉구 평화문화진지에서 3~30 진행하는 두 개의 시간: 과 조선朝鮮 조선족, 자이니치, 탈북민의 오늘() 관련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 전시 내용이 코리안 디아스포라주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전시는 2동 전시실 1관에서 진행 중이었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챕터에서는 탈북민권효진 작가의 목공 작품과 탈북 아카이브를, 둘째 챕터에서는 안건형 작가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한국인을 관두는 법’을 전시하고 있었다.
 
한인 이민사 연표를 기록한 긴 복도를 지나면 셋째 챕터 조선족신광 작가의 전시물에 이르게 되며, 넷째 챕터에서는 연립서가의 자이니치관련 기록물과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첫째와 둘째 챕터 사이에서 발생했다. ‘한국인이 되기 위해사선을 넘어 온 탈북인 작가 전시물 옆으로 난데없는 한국인을 관두는 법영상물이 배치되어 있다.
 
뭐가 잘못되도 많이 잘못된 것 같아 몇 번이나 다시 눈을 비비고 봤다. 대놓고 탈북인을 조롱하려는 심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기획이 가능했던 걸까?
 
한국인이 되고 싶은 사람
 
북한 실정을 알리는 권효진 작가의 그림. 임유이 기자
 
주최 측에서 내 건 권효진 전() 기획 의도부터 살펴보자. 이야기는 탈북인의 현주소를 짚는 것에서 출발한다.
 
남한보다 경제가 좋았던 1970년대까지는 정치적 망명이 주를 이루었지만 90년대 고난의 행군이후 식량을 구하러 온 생존형 탈북이 대부분이었다. 2000년대 이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이민형 탈북이 나타났고 계층도 다양해졌다. 연간 3000여 명이 국경을 넘어 중국을 종단해 제3국으로 건너가 난민 지휘를 획득해 남한으로 왔다.
현재 국내 거주 탈북민은 33000여 명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비인도적 탈북 과정과 북한의 탈북자 처형 등 인권 문제가 불거졌고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등 탈북인의 권익에 대한 고민을 안겼다.”
 
그러면서 두 개의 시간: 과 조선朝鮮기획자는 우리 사회가 탈북인의 정착과 적응에 관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 목숨을 건 탈출 여정(위)과 중국에서의 탈북민 실정을 폭로하는 권효진 작가의 그림. 임유이 기자
 
작가 권효진은 엘리트 당 간부에서 탈북인으로 정체성이 변화된 인물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15년을 복역한 그는 2008년 탈북을 감행했고, 2009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데일리NK 기자로 활동했으며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2014) 등 삽화를 통해 정치범수용소의 참담함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그는 목수로서 다양한 목공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탈북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와 나는 행복한 여행자로 살겠습니다그림책을 출품했다.
 
특히 북한 정치범수용소 철창 앞에 밥그릇을 놓아둔 목공 작품 수용소의 배급은 북한 사회의 차별과 위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 식사의 위계를 나타낸 '수용소의 배급' 작품 뒤로 대전차 방어시설 존치물이 보인다. 임유이 기자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식사로 제공되는 강냉이밥의 경우 김일성·김정일 생일에만 내려오는 특밥은 유난히 크기가 크다. 나머지 밥그릇의 경우 1급에서 4급으로 내려가면서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마지막 벌밥은 용량이 형편없이 작아서 크기가 납작하게 짜부라져 있다.
 
한국인을 관두고 싶은 사람
 
▲ 한국식 민족주의 현상으로서 ‘태극기 집회’에 주목하고 있는 안건형 작가의 영상물 ‘한국인을 관두는 법’. 임유이 기자
 
한편 안건형의 한국인을 관두는 법은 한국식 민족주의 현상으로서 태극기 집회에 주목한다. 작가는 태극기 집회의 역사적 연원을 추적하면서 정치적 수단으로서 충··예를 강조했던 박정희 정부와 기회주의자로서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자칭 예술의 수호자와 석학을 비꼰다.
 
일제강점기 각 학교는 일제가 남산에 세운 조선신궁에 참배할 것을 독려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성장한 한국인이 지금의 기성세대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순신·신사임당 등 충과 효를 실천한 사람들을 동상으로 세워 그 얼을 기리고 있다. 작가 눈에 비친 우파들의 태극기란 일제의 조선신궁이고 박정희이고 이순신에 다름 아니다.
 
한국인을 관두는 법은 제목이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해 한국인 자체를 폄하하려는 의도보다는 국가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자는 구호물로 읽힌다. 수작이라고 할 만큼 섬세한 연출도 아니고, 박정희정부와 그 유산을 부정하는 좌편향적 영상물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예술가로서 할 말을 하고 있다,
 
노마드는 디아스포라가 아니다
  
▲ 대결과 분단의 상징인 대전차방호시설을 리모델링하여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평화문화진지 후면부(위)와 전면부 모습. 임유이 기자
 
문제는 어디에서 발생했나. 이번 전시는 주최 측이 디아스포라와 노마드를 구분하지 않고 병렬 배치한 데 따른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디아스포라는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파종을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쳐진 말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 북한을 떠나 와 자유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일본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조선족·자이니치 역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는 정주하지 않고 떠도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개념이기도 한 유목민은 현재와 다른 삶의 가치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정된 체계와 질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유목민은 일정한 영토에 편입되거나 재영토화되는 것을 거부한다. 반면 정착의 산물인 국가주의는 그러한 유목민의 흐름과 탈주를 통제하여 사회적 코드 아래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작가 안건형은 이런 국가주의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해당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인은 한국에 뿌리내리고 싶어 하는 쪽이다. 디아스포라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들이 남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의무가 있다.
 
반면 관습의 포로가 된 한국의 기성세대에게는 노마드 정신이 필요하다. 가족·국가에 얽매이기보다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으로 안주하기보다 한국인을 관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에 일면 동의한다.
 
하지만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일당독재 집단 북한으로부터 목숨 걸고 탈출한 사람들 옆에 배치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위상이 다르다고 할까? 이런 것을 주최 측이 몰랐을 리 없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전시에 노마드 기획물을 얹은 건 주최 측의 단순한 패착일까? 정체성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 옆에서 정체성을 내려놓으라는 선동은 정말 우연일까?
 
전시가 진행 중인 평화문화진지는 대결과 분단의 상징인 대전차방호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또한 조선시대 이 지역은 나랏일로 여행하는 관리들이 쉬거나 잠을 자던 다락원이었다. 장소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평화문화진지는 말 그대로 평화를 염원하고 지역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문화공간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두 개의 시간두 개의 이념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런 류의 전시는 신중히 기획하고 유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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