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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격화… “환자는 어떡하라고”
전공의 집단 사직·의대 동맹 휴학에 정부는 “엄정 대응”
의료대란 현실화에 수술 일정 줄줄이 연기… 국민은 ‘싸늘’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19 00:05:00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단체 행동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의료계가 정부 의대 증원 방침을 두고 대정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병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사직 및 휴학 투쟁에 잇달아 돌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증원 강행 정책에 반발한 범의료계의 ‘매머드급’ 집단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단 전공의와 의대생이 집단행동 시동을 걸었다. 대정부 전면전을 앞두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먼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형태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면허취소·형사처벌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자 자발적 사직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5일 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이 어제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하며 1년간 집단 휴학을 하기로 결의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에 보폭을 맞추어 의대생 단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돌입했다.
 
인턴·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서울 대형 종합병원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소속 전공의 2700여 명이 19일 사직서를 낸다. 7개 병원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냈고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예과·의학과 재학생 전원도 20일 동맹휴학에 동참한다. 전공의 배출을 늦추겠다는 의도다.
 
전공의들은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의 중추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없으면 의료계는 마비 사태가 불가피하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민 의국장은 4년 차임에도 사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아과 레지던트는 1~3년 차가 사직서를 일괄 제출한다. 올 가을 전공의 수료를 앞둔 4년차는 제외되기로 했지만 스스로 사직서를 내는 것이다.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는 ‘빅5’ 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다. 전공의 부족 탓에 소청과 의료가 붕괴된 현장으로 꼽힌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현재 셋째를 임신 중이라고 밝힌 김 의국장은 입장문에서 “필수 의료 붕괴 해결책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의사가 5000명(연간 의대 정원)이 된들 소청과를 3년제로 줄인 들 소청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난감한 건 상급의료기관의 핵심 중추를 이루고 있는 전임교원들이다. 한 종합병원 전임 교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교수 별 휴대용 접이식 침대를 방마다 들여놓고 불침번 당번 설 준비를 하고 있다”며 “레지던트를 20여 년 만에 다시 경험하게 생겼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해왔다. 다른 공공병원 과장도 “전공의가 빠지면 당장 수술 일정이 잡힌 환자들부터 손해를 보게 될 것 같다”며 “외래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박인숙 의협 비대위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의사 수 증가 없는 현행 의대 정원을 추계하여 2050년까지 36.6만여명의 의사가 배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현행 대비 25년 후에 약 3배 많은 의사가 증원되는 것이다. 박인숙 위원장 제공
 
빅5 전임교원들 “불침번 서야할 판… 접이침대 준비” 
 
수술일정 잡혔던 환자들 날벼락… “이게 무슨 난리냐” 
정부선 사직서 내고 병원 떠난 전공의 업무 복귀 명령 
국민들 “의사 밥그릇 챙기기 너무 해”… 집단이기 맹비난 
 
대형병원 교수들의 사명정신을 꼽은 지방 종합병원 근무 전문의는 “의대 필수과 교수들은 연봉 부분부터 민간 병원이나 개원의에 비할 게 못한다”며 “처음부터 돈 벌 생각 없이 들어가 사명감으로 버티면서도 전 세계 수술 수준을 최상위로 유지해 온 기적 같은 집단”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 제출 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무더기로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렸다.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의 근무상황을 매일 보고 지시까지 내렸는데, 전공의들의 사직·연가·근무 이탈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매일 1회씩 자료를 제출해 주라고 요구하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의료법 59조는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 명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령 불응에 따른 고발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이 나오면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6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사직 후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의료계 총궐기 시점을 구체화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협은 전날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첫 회의를 열고 정부에 의대 증원 정책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하면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하겠다며 엄정 대응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 밝혔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확충 패키지 정책을 철회할 경우 이를 원점에서 논의할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에 대해 동료 의사로서 깊이 공감하고 존중하며 지지한다”며 “그는 (정부가) 지속해서 겁박할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알렸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언론에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들의 면허를 취소하는 사례들이 생기면 소아과 전공의 사례들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25일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른 시일 내에 추진 계획을 알렸다. 비대위 측은 대규모 집회 개최 시점을 내달 10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협 차원의 집단행동은 시작과 종료를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할 것’을 원칙을 정했다고 전했으나, 다만 투표가 시작되는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500~1000명 선의 증원 방향으로 협의하는 방식도 열어 놓은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강경대응 기조에도 의사들을 향한 국민의 눈빛은 더욱 더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국민 다수가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는 데다 의대 증원이 고령화시대에 선결과제인 만큼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국민의 89.3%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은 의사들 밥그릇 챙기기라며 집단행동을 이기주의로 인식하는 한편 이공계생 의대 진학 열풍으로 핵심인력 붕괴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의료 공백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것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거듭 확인한 뒤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을 제정해 의료사고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 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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