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폴리로그 > 국회·정당
[총선 특집] 프레임 전쟁 ① - 민주당
‘윤석열 심판’ 억지 프레임에 등 돌린 유권자들
野, 명품백·강제퇴장 연출하며 ‘부패·독재’ 프레임
처음엔 주효한 듯 했으나 당·정 지지율 보란듯 ↑
“운동권 사고 갇혀 2020년대 유권자 니즈 못 봐”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04 12:40:43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 개의 사건
 
#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한 명의 남성이 300만 원 상당의 디올 브랜드 명품백을 들고 찾아왔다. 김 여사는 “이걸 자꾸 왜 사오나” “자꾸 이런 거 안해. 정말 하지 마세요”라며 거듭 사양하다가 받았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은 남성의 ‘몰래카메라’에 의해 촬영되고 있었다. 이 영상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개됐다. 사건 배경에는 한 좌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2024년 1월18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윤 대통령 참석 하에 열린 전북특별자치도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남성이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된다”고 윤 대통령에게 고성을 지르다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된 것이었다. 해당 남성은 전주을이 지역구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었다.
 
# 강성희 진보당 의원 사건으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월16일 비슷한 사건이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벌어졌다. 한 졸업생은 윤 대통령에게 “R&D(연구·개발) 예산 복원하라”고 외치다 마찬가지로 입이 틀어 막힌 채 끌려나갔다. 당초 이 남성은 평범한 졸업생으로 알려졌으나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친(親)더불어민주당 단체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은 이해찬 전 대표 등 많은 민주당 인사들을 인터뷰해왔다. 진보당은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해 최소 비례 의석 3석을 보장받은 상태다. 녹색정의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는 불참했지만 민주당에 지역구 연대를 제안했고 민주당도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야권은 왜 김 여사 명품백 사건과 강제퇴장 사건을 잇달아 일으켰을까. 야권의 공식 입장은 “정략적 목적은 없다”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윤석열 심판”을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프레임(Frame) 짜기’가 이들 사건의 배경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프레임의 위력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등은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돼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로 정의했다. 프레임은 우리가 쓰는 모든 언어에 연결돼 존재하며 우리가 듣고 말하고 생각할 때 머릿속에는 늘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의 힘은 강력하다. 레이코프가 발표한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에 의하면 프레임은 선거 전략상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부패했고 독재자를 꿈꾼다’는 식의 전략적으로 짜인 시각적·언어적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은 여론 선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반면 이 틀을 깨려는 쪽은 해당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언급할 수밖에 없으므로 도리어 프레임을 강화해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도 ‘프레임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 예로 2014년 1월부터 시행된 ‘환자 보호 및 부담적 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 있다. 해당 법안은 노년층·차상위 계층에게 기존에 정부가 제공하던 무상 의료보험 대상을 확대하고 이외 국민에게는 사보험 의무 가입을 통해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는 게 골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이 법은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당연히 공화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에 공화당은 정식 법안명 대신 ‘오바마 케어(Obamacare)’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의료보험 정책이라는 프레임 설정이 목적이었다. 프레임 공격은 먹혀들었으며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에게 정권을 내줘야했다.
 
반대로 공화당이 민주당의 프레임 짜기에 걸려든 사례도 있다. 조지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 재임 시기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을 일으켰다. 9·11 테러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국가들을 응징하고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한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거대 석유자본을 위해 공화당이 전쟁을 일으켜 미국인을 전쟁터에서 희생시키고 있다’는 선전 공작을 펼쳤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으며 백악관의 주인은 오바마로 바뀌었다.
 
▲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궁지 몰렸던 당·정
 
민주당의 ‘윤석열 부패·독재’ 프레임은 처음엔 주효한 듯했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경향신문 의뢰로 지난해 12월29·3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공개한 신년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응답자의 62%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26%에 그쳤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한국갤럽이 1월30일~2월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9%였다. ‘잘 못한다’는 63%에 달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4월 둘째 주(27%) 이후 9개월 만이었다.
 
민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 탄핵’을 언급하며 당정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해 11월27일 자신의 SNS에서 “윤석열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놓고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최소 (국회 의석수)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통해 계엄저지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19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도 “지금 국회가 대통령의 의사와 상관없이 단독으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탄핵”이라고 했다. 동석한 민형배 의원은 “굉장히 설득력 있는 얘기”라고 맞장구쳤다.
 
급기야 김 여사가 두문불출하고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등 궁지에 몰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해 12월26일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고 대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식 임명됐다. 비상대책위 전환은 이름 그대로 ‘비상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국민의힘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억지 프레임에 ‘손절’
 
그러나 민주당의 웃음도 잠깐이었다. ‘부패·독재’ 프레임이 무색하게 2월 말~3월 초에 접어들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세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지금까지의 모든 여론조사 상세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5%p 오른 39%(부정평가 53%)로 집계됐다. 1월30일~2월1일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약 두 달 사이에 폭등한 셈이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의대 정원 확대’가 21%로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40%를 기록해 민주당(33%)과 7%p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격차였다.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3%p 오른 반면 민주당은 2%p 하락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도 38%로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5%였다.
 
민주당 패착 원인으로는 ‘억지 프레임’이 꼽힌다. 2020년대 유권자들의 니즈(Needs)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운동권’ 시각으로 국민을 억지로 선동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몰카 등이 동원된) 김 여사에 대한 공격은 아주 비열했다. 대장동 건은 막판엔 ‘윤석열이 몸통’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지 않았나”며 유권자들이 민주당 프레임에 등 돌린 이유를 추측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