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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路 동서고금] <1> ‘스카이데일리’ 한자 이름 짓기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2 06:30:35
▲ 임명신 국제문화부장·부국장
노트북 그람을 기동시킬 때 LG 로고와 함께 영어 문장이 하나 뜬다. ‘Life is Good삶이란 좋은 것, 이 소박하고 심오한 한마디가 머리글자 LG로 축약된 듯하다. 초경량 노트북의 등장이 30대부터 오십견 환자였던 내겐 유난히 반가웠다. ‘삶이란 좋은 것’임을 느끼게 하는 기술 진보에 감탄하곤 한다.
 
50대 이상 한국인에겐 럭키치약이나 금성냉장고의 기억이 있다. 각각 일상 소비재·가전을 만들던 럭키(Lucky)와 금성(Geumsung)이 합병해 최첨단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기업 LG가 됐다. 이렇게 우연히 생겨난 이름 LG에 기업이 지향할 필연’ 가치인 ‘Life is Good’을 담았다
 
이런 사례는 문명사에 무수하다. 고대 그리스어·페르시아어·산스크리트어 어휘가 한자로 번역돼 한반도에 전해질 때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인류사란 번역의 역사이자 창조적 재해석=의미 전환의 과정이기도 했다. 말 나온 김에 우리 스카이데일리(Skydaily)의 한자 이름을 지어 보자. 장구한 세월 속에 벌어진 문명 현상을 짧게 맛볼 수 있다.
 
데일리는 의역 ‘일보(日報)로 무난한데 스카이가 문제다. ‘Sky=하늘이니 천공(天空)’ 내지 창궁(蒼穹)’이지만 매체의 역사적 정체성이 전혀 담기지 못한다. 스카이데일리는 13년 전 서울 일등지 부동산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태어났다. ‘스카이란 서초(S)·강남(K)·용산(Y)구 로마자 표기의 연결이다.
 
다만 이 세 지역의 머리글자 배열을 굳이 SKY라 함으로써 하늘이라는 뜻을 만들어낸 순간, 그 대칭 개념인 을 연상시키는 의미론적 빅뱅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조망하듯 땅에 관한 지식·통찰을 매일 제공하는 게 스카이데일리의 출발인 셈이다. 여기서 은 쉽사리 부동산을 넘어 세상’ 그 자체로 확장된다.
 
‘스카이’의 번역은 思開’나 ‘四開가 좋겠다. 현대중국어로 읽을 때 ‘스카이(kāi)’라는 발음이 재현되고, 한글로 사개일보’ 하면 思開·四開의 의미를 아우를 수 있다. 생각이 열리고’ ‘네 가지(사방)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네 가지’란? 이 시대 최고 화두 자유·시장·진실·공화를 추천한다인간(조직·집단)과 사물의 이름(정체성) 획득 과정은 이토록 문학적·예술적·정치적·우연적·교합적기타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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