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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대구에서 실시된 투표지분류기 모의시험에서 기표도장 자국이 3개 또는 5개나 찍힌 무효표가 1번 더불어민주당 허소 후보의 득표로 집계되고, 무소속 도태우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는 재분류되는 현상이 잇따랐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2시 영남대 이공대 천마체육관에서 열린 대구남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의 투표지분류기 모의시험 운영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져 참관인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현행법은 본투표 하루 전날 투표지분류기의 최종 모의시험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의시험장에는 개표사무원 등 선관위 관계자와 정당 또는 후보자 추천 개표참관인 등이 참여한다. 이날 현장에는 참관인 10여 명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표장에 설치된 지역구 투표지분류기는 예비용 2대를 포함해 모두 5대였다.
개표사무원들은 선관위 입회하에 참석한 개표 참관인들이 관찰하는 가운데 모의시험 투표지 300장을 투표지분류기에 넣고 후보별로 정상 분류되는지, 무효표를 제대로 걸러내는지 시험 운용했다.
예비용까지 포함해 이날 투표지분류기는 3회씩 5대 모두 시험 가동됐다.
첫 번째 시도에선 재분류 대상 투표지가 14장 나왔다. 똑같은 300장으로 두 번째 테스트했을 땐 13장이 ‘이상 투표지’로 분류됐다. 역시 같은 300장을 넣어 또 한 번 기기를 돌렸을 때 재분류 대상 투표지는 14장이 검출됐다.
제보자는 이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본지에 보내왔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분류에서 결괏값은 14장으로 같았지만 내용물이 달랐다. 제보자는 “총 3번 중 연속해서 동일한 값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상이 있다며 검출된 투표지의 오류 현상이 달랐고 저마다 다른 이상 투표지들이 섞였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기표란(네모 칸)에 원형 도장 자국이 전혀 없는 무효 투표지가 처음 작동했을 때는 재분류 대상으로 나왔으나 두 번째 시험할 때는 1번 민주당 허소 후보에게 분류됐다. 어느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하지만 투표지분류기는 1번 후보의 득표로 분류한 것이다.
문제의 투표지는 이상 투표지를 걸러내기 위해 선관위가 최소 5번 이상 일부러 기표인을 찍어 유효표가 돼선 안 되는 것이었다.
기표인이 3번 찍힌 투표지도 역시 1번 후보의 칸에서 발견됐다. 1번 후보 기표인은 기표란 안에 없었고 네모 칸 바깥에 걸쳐 있었지만 선관위는 유효로 간주했다. 참관인의 이의제기에 선관위 관계자는 “도장 3개여도 도 후보에겐 안 찍혔다”며 유효로 간주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됐다.
문제 현상은 계속 발견됐다.
무소속 도태우 후보에게 정상 기표한 것으로 보이는 투표지는 재분류되는 현상이 잇따랐다. 제보자에 따르면 도태우 후보를 찍은 투표지 2장은 모두 15차례 투표지분류기를 돌리는 동안 15회 모두 재분류 대상으로 검출됐다고 한다. 기기가 ‘이상 투표지’라고 본 것이다.
참관인들은 투표지 아래쪽에 인주가 살짝 묻은 것이 원인은 아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작 선관위 관계자는 “기표인이 흐릿해서 분류된 것 같다”고 말하는 모습이 영상에 등장한다. 육안으로는 기표인이 선명했고 도장 자국이 기표란(네모 칸) 선에도 맞물리지 않았다.
이 투표지와 함께 재분류된 이상 투표지들은 후보 2명 또는 3명에게 기표하거나 기표 도장 자국이 5개 이상인 것들도 있었다. 이는 선관위가 분류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도장을 여러 개 찍어 만든 것이다.
영상에 따르면 이날 분류된 투표지를 손으로 집어 들고 제대로 분류됐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개표사무원은 “무효표가 (1번) 허소 후보에게 갔다”는 참관인들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영상에는 또 다른 현장 관계자가 “또 오류가 났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공직선거법 제181조 8은 선관위는 개표참관인이 개표에 관한 위법 사항을 발견해 시정을 요구한 경우에 요구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분류에 대해 참관인들이 문제 삼자 선관위 관계자는 “그 정도 오차 나는 것은 확인하고 내일 또 하면 된다”고 에둘러 답하는 장면도 영상에 나온다. 이어 “오차 범위라고 볼 수 있다”는 또 다른 선관위 관계자의 말도 등장한다.
촬영을 둘러싼 시비도 발생했다. 공직선거법 제181조 9는 개표 참관인은 개표소 안에서 개표 상황을 언제든지 순회·감시 또는 촬영할 수 있다.
제보자는 “비정상인데 자꾸 정상가동이라고 우기는 선관위 직원들 때문에 기록을 남기고자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투표지분류기 오분류와 오작동 현상을 경찰관에게 말하고 기록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분류기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의구심을 갖는 유권자가 있어 투표지분류기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최종 확정 작업은 수작업 검증을 통해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대구 투표지분류기 시험 운영에 관해 “직접 전달받은 건 없고 전국 사례를 다 파악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지 분류기에는 통신 기능이 없어 분류만 하고 그게 맞는지 사람이 수검표한 뒤 계수기로 세어 위원들의 검열을 거친다”며 “보고용 PC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 선관위원장이 최종 공표한 숫자를 입력하면 서버로 전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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