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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선거는 선거고 재판은 재판이다
사법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최후 보루
여의도 정치 눈치 보지 말고 제 길 가야
현재의 정치 위기 정권 종말 부를 수도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7 06:31:20
 
한국 정치가 정말 위기다. 우리는 위기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 그 감도(感度)는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의 한국 정치는 ‘위기경보’ 단계다. 홍수 비상경계령이 내린 한강을 연상케 한다. 강둑까지 넘실거리는 물이 언제 넘칠지, 둑까지 무너져 참사가 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윤석열 정권이 이 ‘정치 홍수’ 관리를 잘못한다면 아차 하는 순간에 큰일을 당할 수 있다. 아닌 말로 자당소속 의원 8명만 야당에 가담하면 탄핵·개헌·거부권 무효화·정권 마비…  모두 가능한 일이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는 62명이나 야당 쪽으로 넘어갔다.
 
그때는 청와대 개입 친박 위주 ‘공천 파동’으로 당내·외 여론이 악화되었고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광화문 일대가 시위 인파로 넘실대자 겁이 난 여당 의원들도 등을 돌렸던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그때도 제일 원성을 산 것은 박근혜의 불통이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도 똑같다. 이번 총선의 참패 원인을 싸고 말이 많지만 대강을 정리하면 △불통△인사 실패 △한동훈 견제로 압축할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생긴 문제들이다. 
 
처음에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가면서 2층에 집무실, 아래층에 기자실을 만들고 조석으로 소통하는 구조를 갖췄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도어스테핑을 시작하자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2022년 11월18일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MBC 기자가 대통령 면전에서 난폭한 태도로 항의 소동을 벌인 이후에는 완전히 발을 끊었다.
 
감정을 누르고 출입기자 회견이라도 종종 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일절 거부했다.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하여 물어볼 것이 많은데 질문을 받지 않으니 국민과 언론의 불만과 반감은 쌓여 갔고 결국 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이종섭 호주대사 문제·황상무 수석 문제도 그때그때 설명하고 넘어갔다면 이렇게까지 민심의 폭격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사 실패도 심각하다. 이렇게도 사람 볼 줄을 모르나!” 하는 말들이 많았다. 대통령 비서들에게 필요한 것이 정무 감각인데 너무 둔감했다. 이것 역시 국민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웬 학교 선후배 동창이나 검사·MB맨 들이 그렇게 많은가 라는 비난이 쏟아져도 마이동풍이었다. 검찰 사회에서는 이런 온정주의가 통했을지언정 5000만 명을 통솔하는 차원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매일 매 순간 1억 개의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로 국회 탄핵을 받은 장관을 헌재에서 기각됐다 하여 지금까지 곁에 두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의 오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언론과 인사에서 대통령이 보인 오기의 대가는 선거에서 지불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선거 도중 한동훈에 대한 여러 차례의 견제는 임진왜란 때 선조의 이순신 견제를 상기시켰는데, 이것은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 패인의 하나다. 전쟁터의 장수를 그렇게 하면 전쟁에서 진다는 사실을 몰랐는가.
 
이제 총선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고 떠나간 민심을 잡느냐가 최대 과제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오직 윤석열 자신만이 키를 갖고 있는 문제다. 총리나 비서진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요즘의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사법부다. 사법부가 잘못하면 정권만이 아니라 나라의 둑이 무너진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사법은 최후의 보루요 마지노선이다. 이것이 무너진 나라가 남미의 아이티공화국이다. 그곳에서는 국민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조폭·갱단의 활보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야당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그것은 입법부 영역에서 이긴 것이지 사법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삼권분립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미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이다.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조국 두 사람과 국회의원들은 입법과 사법의 영역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법복을 입은 판사들도 정치권 눈치를 봐선 안 된다. 낙락장송처럼 꿋꿋하게 사법의 절개를 지켜야 한다. 오직 법전에 따라 재판하고 법의 정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도 사법의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불침번을 서야 한다. 선거는 선거고 재판은 재판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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