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 업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재고를 소각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 영등포구에 본사를 둔 한 소각업체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니클로 재고 의류를 수만 장 넘게 소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업체 소각장은 인천과 안산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각업체 관계자는 “유니클로와 코치(COACH) 등 대형 패션 업체들이 우리한테 소각을 많이 맡긴다”며 “주로 이월 상품이나 아울렛 매장에서 안 받아주는 상품을 소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안각서를 작성해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업체에서 절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섬유산업의 재고상품 소각은 1990년대부터 계속 이어온 공공연한 비밀이다.
섬유산업에 ‘패스트패션’이 도입되면서 올해 1인당 의류 구매량은 15년 전 대비 60% 이상 증가한 반면, 의류 사용 기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패스트패션이란 간단하면서 빠르게 먹는 패스트푸드처럼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패션산업을 말한다.
패스트푸드처럼 옷을 만들다 보니 선택받지 못한 의류는 재고로 남게 된다. 결국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보다 소각 비용이 저렴해 많은 업체에선 재고 의류 소각을 선택하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제조업 생산액 대비 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의류업계 재고율은 꾸준히 20% 이상을 기록했다. 또 ‘유엔 지속 가능한 패션연합’에 따르면 의류업계 소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화학섬유가 문제가 되고 있다.
화학섬유를 사용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0%로 이는 항공·해운 운송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경기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의류를 소각하면서 다양한 탄화수소 물질과 발암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따로 의류 폐기에 대한 제재 방안이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의류 폐기물 재활용률은 세계적으로 1%도 되지 않고 의류 폐기에 관한 사안들은 철처하게 기밀로 유지돼 얼마나 의류가 생산되고 폐기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재고 의류 소각에 대해 유니클로 관계자는 “위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며 “관련 부서로 바로 연결해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코치 관계자는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없고 홍보실 연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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