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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AI 반도체 전쟁’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나
美 정부 삼성전자에 9조 원 보조금 지급 결정
각국 막대한 보조금 지급 ‘쩐의 전쟁’ 가속화
정치권은 관련 규제 완화 등 초당적 협력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9 00:02:01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 반도체 첨단 공장을 세우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9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삼성전자 외에도 미국 인텔 85억 달러·대만 TSMC 66억 달러 등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받는 보조금 액수는 두 기업에 비해 적지만 투자액 대비로 보면 오히려 더 큰 규모라고 한다.
 
우리 기업의 위상이 높이 평가된 것은 박수 칠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면 ‘반도체 강국’이라고 자부했던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일자리도 미국 몫이다.
 
미국은 세계 첨단 기업들의 기술과 설비를 본토로 끌어들이기 위해 반도체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반도체 자국주의’를 선언한 후 이듬해에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통해 527억 달러(73조원)의 보조금을 내걸고 삼성·TSMC·인텔 등으로부터 487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내 반도체 설계와 생산시설·첨단 패키징 공장 등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AI가 미래 IT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첨단 AI 반도체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실행하는 ‘AI 맞춤형’ 비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부분이다.
 
AI 반도체의 막대한 수요를 앞두고 그동안 분업 체계를 유지했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권역별 또는 국가별 지형 재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총 430억 유로(약 62조 원)를 투입해 EU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2014년부터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1500억 달러(약 199조 원)라는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각축전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를 받는 중국은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 역시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한 ‘쩐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2022년 4월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한 TSMC 구마모토 1공장은 당초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 공사 기간을 7000여 명의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며 20개월로 단축했다. 일본 정부·지자체·의회의 적극적 지원 덕분이었다.
 
우리의 K반도체는 어떤 상황인가. 올해 1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622조 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에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정부도 이에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지만 사실상 지원 내용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현금성 지원은 15% 세액 공제가 전부다. 그나마 올 연말까지만 혜택이 적용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0년의 지정학은 칩(반도체) 제조공장의 위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각국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하에 AI 반도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뛰고 있는 이유다.
 
K반도체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고 관련 규제도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 ‘반(反)기업’ 정서와 ‘대기업 특혜’ 논란 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더 이상 국가경쟁력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야 정치권도 거시적 안목으로 초당적 협조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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