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첩보 소설의 바이블 ‘자칼의 날(The Day Of The Jackal)’은 언론인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1971년에 발표한 스릴러 소설로서 1963년을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의 극우 테러단체 OAS의 의뢰를 받아 샤를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살인청부업자 자칼과 프랑스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첩보전을 다뤘다. 샤를 드골 대통령은 실제 인물이지만 암살을 꾀하는 일당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의 싸움은 픽션이다. 그래서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재미가 있다. 이 작품은 곧바로 프랑스의 프레드 지너먼 감독에 의해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보수 과격파 OAS는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국익을 외면한 배신자로 단정하고 암살 음모를 꾸민다. 몇 번의 암살 기도가 모두 실패한 후 그들은 외국인 살인자를 고용하기로 한다. 여기에 선발된 게 본인을 ‘자칼’이라고 밝히는 남자다. 치밀한 두뇌와 탄탄한 체력·비밀주의로 무장한 자칼은 드골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암살 준비를 마친다. 그러고는 신부로 위장해 이탈리아에서 파리로 잠입한다.
이 음모를 감지한 파리 경시청 루벨 경감은 전 유럽에 암살자의 정보를 의뢰하는 한편 OAS의 연락원 하나를 손에 넣는다. 그를 죽기까지 고문한 끝에 암살범의 이름과 행로를 알아낸다. 한편 자칼은 몇 사람의 여권을 위조하여 철저한 신분 세탁과 위장술로 드골 대통령 주변으로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게 되면서 루벨 경감의 수색망 안으로 들어온다.
자칼은 드골 대통령이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파리 독립기념일을 D-데이로 정해 두고 범행 장소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8월25일, 의족에 지팡이를 짚은 불쌍해 보이는 상이군인 노인이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행사장 근처 한 아파트 안에 잠입한다. 범행 장소에 자리 잡은 암살자 자칼은 창문을 통해 행사장에 서 있는 드골 대통령을 조준한다. 루벨 경감도 자칼을 뒤쫓아 들어간다. 자칼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긴 바로 그 순간 드골 대통령은 훈장을 받은 시민의 볼에 키스하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자칼의 날’은 실패로 돌아간다.
2024년 7월13일 오후 6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피격됐다. 유세장에서 열띤 연설을 하던 중 총알이 날아들었다. 암살 미수범은 공화당원이며 유세가 열린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20세 백인 남성 토마스 매튜 크룩스로 확인됐다. 그는 곧바로 사살되었다. 크룩스는 유세 장소의 보안 경계선 밖에 있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겨 총알이 날아들 때 트럼프 후보는 연설 도중 정확한 통계 숫자를 확인차 고개를 돌리며 살짝 숙였다. 총알은 트럼프의 얼굴과 귀를 스쳤다. 이 사건은 내게 ‘자칼의 날’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사건의 저격범 또한 현장에서 사살되었기 때문에 암살 사건의 배후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럼프는 죽을 운명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요즈음 미국인들은 ‘신’이 그를 도왔다고 말한다.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가 이 사건을 들었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인지(人智)’의 차원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도 신지(神智)에는 이르지 못하는 중간자이다. 중간자는 완전성을 갈망한다. 따라서 지적 중간자는 필로소포스(애지자·철학자)이다. 크세노폰이 지은 ‘소크라테스의 회상’에 따르면, 인간은 만사를 지혜롭게 다 알 수 없다. 다 알기는커녕 만사만물의 아주 작은 부분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애지자라도 ‘인지’의 차원을 넘을 수 없으므로 신만이 아는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지로 알 수 없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가.
소크라테스는 인지로 알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신탁(oracle)을 받아 ‘신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가를 경영하는 자일수록 신탁을 중시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살다가 결과가 분명치 않은 일이 발생하면 서둘러 친구들을 델피 신전으로 보냈다. 소크라테스는 델피 신전 무녀인 퓌티아의 신탁을 경외했다. 조상에 대한 제사와 기도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퓌티아의 신탁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보였다. 국법을 준수하여 경건하게 행동하라는 퓌티아의 대답을 듣고 그는 망설임 없이 ‘악법’에 따라 거룩하게 독배를 받고 죽었다.
이처럼 소크라테스는 인간적 앎의 한계를 밝혀 이 한계를 아는 것을 참 지식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인간적 지혜의 한계를 깨달아 그것을 하늘(신)의 예지와 통합시키고자 했다.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다. 그래서 온 세계의 눈과 귀가 미국 대선에 쏠려 있다. 트럼프 후보 피격 사건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은 완전한 신만 온전하게 아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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