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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AI 기반 ‘인지전’에 대비하자
북한의 인지전 공격 가능성 대비 대응력 강화
선동의 원천 가짜뉴스 차단 시스템 구축 필요
軍은 창과 방패 차원의 인지전 역량 확보해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26 06:31:30
 
▲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한림국제대학원대 겸임교수
‘아이 로봇(I, Robot)’이라는 2004년 개봉 영화가 있다. 2035년, 초고성능의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 로봇이 대중화되었으나 당초 인간 삶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중앙 컨트롤러가 인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AI 로봇들을 조정하여 인간을 가두고 억압하자 주인공이 컨트롤러의 통제를 받지 않도록 설계된 로봇과 함께 이를 해결한다는 다소 디스토피아적 줄거리의 영화다.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Rosuum’s Universal Robots)’에 로봇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래 1942년 아이작 아시모프는 SF 단편 ‘위험에 빠진 로봇(Runaround)’에서 저 유명한 ‘로봇공학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발표했다.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고(원칙1), 로봇은 원칙1에 상충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원칙2), 로봇은 1·2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원칙3)’는 것이다. 또 1985년 ‘로봇과 제국’에서 ‘로봇은 인간성(humanity)에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원칙0’도 추가되었다.
 
2016년 알렌 인공지능연구소의 오렌 에트지오니(Oren Etzioni) 박사는 AI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자율무기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새로운 3원칙을 주장했다. 그것은 ‘AI 시스템은 운영자에게 적용되는 모든 법률 범위를 준수하고(원칙1), AI 시스템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공개해야 하며(원칙2), AI 시스템은 기밀 정보의 출처로부터의 명시적 승인 없이 이를 보유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3원칙)’는 것이다. 이는 로봇이라는 물리적인 유형의 틀을 뛰어넘어 무형의 무한한 AI 영역으로의 확대를 전제로 한 것이다.
 
23일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2025년 자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을 시험 생산해 회사 내부에서 활용할 것이며 2026년에는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속도라면 2035년의 미래 영화 ‘아이로봇’의 현실화가 더 앞당겨질지도 모르겠다. 과연 유토피아적 미래가 열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될 것인가.
 
로봇·안드로이드·사이보그·AI 등의 개념조차 혼동되었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챗GPT로 시작된 상용화 AI시스템은 문장 구현의 영역을 뛰어 넘어 정교한 동영상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그 수준은 실사로 오인할 만하며 전문가들조차 실제인지 가상인지 혼동을 겪는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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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술은 다양한 형태의 군사작전에도 활용되는데 단순히 군사용 로봇 운용이 아닌 인간의 고유 영역인 인지능력을 핸들링할 수 있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핵심기술로 자리 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성격상 AI가 없던 시절에도 일종의 심리전 형태는 있었으나 AI가 결합될 경우 그 확장의 폭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무장한 병력이 교전하는 물리적 전투가 아닌 비물리적 인지전만으로도 전쟁 양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전쟁 수행 방법은 육·해·공, 그리고 전자기와 사이버 영역의 5개 도메인이 중심이었던 ‘다영역 작전’(Multi Domain Operation·MDO)과 우주 영역까지 포함되는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ADC2·Joint All Domain Command and Control)의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AI 인지전은 오히려 전통적 심리전과 유사하다. 또한 정보작전에서 더 진보된 작전 환경을 제공하는 ‘인지전’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더욱 진짜 같은 가짜뉴스와 영상을 유포하여 상대 국가의 군인과 국민을 대상으로 사물과 현상을 보고 이해하는 인지능력을 왜곡시켜 전투 역량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항전 의식을 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 AI 기반 이미지합성 기술인 ‘딥페이크(deepfake)’를 이용해 ‘젤렌스키의 항복 영상’을 제작·송출하는 등 하이브리드 전쟁 차원에서 인지전 전술을 사용한 바 있다.
 
물론 첨단 정보기술(IT)과 AI 기술이 필요한 인지전은 기술력에서 북한을 앞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북작전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군사적 동맹을 강화한 북한이 러시아의 실전적 하이브리드 전쟁 노하우를 전수받아 우리에게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첨단 IT 장비가 일반화된 우리 군과 국민, 그리고 북한의 실태를 고려한다면 과연 인지전 수행 시 어느 쪽이 더 많은 피해를 받을까 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지 않고도 대한민국을 붕괴시킬 또 다른 형태로 도발을 획책하고 있을 것이다. 인지전이란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다가 올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창과 방패’라는 의미에서 우리 역시 인지전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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