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트릭’을 깨고 파리행 7부 능선에 올라라.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3세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의 1∼3위에는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주며 4위는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파리행 여부를 가린다.
한국 축구로서는 많은 게 걸린 한판 승부다. 패한다면 1988년 서울올림픽때부터 이어져 온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이 무산된다. 한국 축구 팬들에겐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올림픽 본선행이다. 파리행 티켓을 따내지 못한다면 황 감독의 지도자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터다.
그에게 지난달 A대표팀 임시 감독의 중책을 맡겨 부담을 키운 대한축구협회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 여부가 주요 관심사인 시점이다.
상대 사령탑은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라운드의 여우’ 신 감독이다. 현역 시절 워낙 지능적인 플레이에 능했고 지도자로서도 팔색조 전술로 주목받은 신 감독은 ‘여우’ 등의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드필더 출신으로 2018러시아월드컵 사령탑을 지낸 신감독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펼친다. 여기에 상대가 예상치 못한 전술 변화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 감독을 상대로 스트라이커 출신의 황 감독은 K리그 맞대결 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다. 신감독은 황감독보다 두 살 아래로 같은 시기에 K리그를 누볐다. 둘은 신 감독이 성남 일화(현 성남FC)을 이끌고, 황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차례로 잡은 2009∼2012년 K리그에서 8차례 맞붙었는데, 황 감독이 3승 4무 1패로 앞섰다.
다만 토너먼트의 중요한 길목에서 황 감독이 패한 적이 있다. 2011년 FA컵 준결승에서 황 감독이 이끌던 포항이 신 감독의 성남에 0-3으로 완패했다.
팀 자체만 놓고 봐도 인도네시아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 체제가 들어선 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자국 선수들의 기량도 끌어올리면서 다른 팀이 됐다.
라파엘 스트라윅(덴하흐), 이바르 제너(위트레흐트), 네이선 조아온(헤이렌베인), 저스틴 허브너(세레소 오사카) 등 혼혈 선수들은 유럽 체형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인도네시아 출신 선수들의 체격이 왜소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한국이 과거처럼 피지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경험 면에서는 외려 신태용호가 황선홍호에 앞선다. 혼혈 4인방을 비롯해 현재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의 상당수 선수가 올 초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A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아시아 최고 무대를 경험하면서 기량과 경험 면에서 진일보한 이들이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반면 황선홍호에서는 엄지성(광주), 정상빈(미네소타), 강성진(서울) 정도가 A대표팀에 몸담은 바 있을 뿐이다. 이들 모두 A대표팀 주전은 아니다.
그래도 객관적인 기량 면에서 황선홍호 태극전사들은 인도네시아보다 우위에 있다. 대회 득점 랭킹 공동 선두(3골)인 이영준(김천 상무)을 비롯한 공격진이 제 몫 이상을 해준다면 황선홍호의 4강행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3차전에서 주전 선수들이 대거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U-23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그러나 이 5경기는 모두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사령탑에 오르기 전 얘기여서 큰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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