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언어路 동서고금 <6> 부여·졸본·일본 그리고 주몽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17 06:30:30
▲ 임명신 국제문화부장·부국장
졸본이란 고구려의 모체로 알려져 있다. 졸본은 현 중국 랴오닝성에 있었던 고구려 첫 번째 도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관련 신화는 동부여를 탈출한 주몽이 졸본에 와 수장 연타발의 딸 소서노와 결혼하면서 고구려가 출발한 것으로 설명한다유라시아대륙 여러 민족의 각축이 동쪽으로 확장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득한 옛날 동북아시아에서 고유명사의 한자 음역은 흔한 현상이었다. 이를 이해하면 우리 상고사 속 부여·(충청남도) 부여·바이칼호 근처 러시아 부랴트공화국의 부랴트가 다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하나의 이름이 扶餘·餘를 거쳐 우리말 부여’로, 몽골어계의 부랴트로 전해진 것이다. 오래 떨어져 살았지만 부랴트인과 한국인은 육안으로도 혈연관계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유목·반농반목하며 이동하던 인류는 새 근거지에 고향의 이름을 붙였다. 신대륙에 유럽의 도시명 그대로인 지명이나 뉴욕·뉴올리언즈처럼 유럽의 도시명에 ‘새(new)’ 자를 붙인 지명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다만 한자 음역이란 우선 소리를 본딴 결과이며 저마다의 사투리에 근거하다 보니 표기가 일정치 않다그래서 삼국사기 등 대부분 고문헌엔 卒本(졸본)으로 나와 있지만 광개토대왕릉비에는 忽本(홀본)으로 표기된 것이
 
요컨대 고유명사의 음차(한자 음역표기)에서 글자 뜻은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졸·의 ㅈ·ㅎ 발음이란 원래 오락가락했다여기선 卒本 내지 忽本日本(일본)Japan(재팬)의 어원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日本의 현대 표준중국어·광동어 발음이 르뻔·지뻔인데 양쪽이 뒤섞인 모호한 발음이다. 특히 르뻔’의 ㄹ을 발음할 때는 ㅈ 섞인 권설음(卷舌音·혀 말린 소리)을 내야 한다. 과거 웨이드식 한자 발음기호에선 아예 현재의 R발음이 J로 표기됐었다
 
ㄹ·ㅈ과 ㅊ 발음의 관계 또한 유동적이다. 13세기 원나라에 와 있던 베네치아인 마르코 폴로가 Cipangu(치판구)라고 들리는 대로 메모해 둔 것에서 Japan이 나왔다고도 하는데 Cipangu의 원류 자체가 졸본(홀본)과 연결돼 있으니 그 말이 그 말이다. 
 
▲ 고구려 무용총 고분벽화
日本이란 국호는 서기 701년에 공식 등장한다동일 뿌리인 백제와 고구려가 각각 660년과 668년에 멸망한 후 다수의 유민이 일본 열도로 건너갔고 卒本·忽本으로 표기되던 특정 발음이 이번엔 日(해)+本(터)의 조합을 이루며 해뜨는 곳이라는 나름의 정체성과 태양신 숭배 전통을 살려 일본(日本)이란 이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주몽의 어원은 중앙아시아 고대어에서 샛별(금성·계명성)을 의미하던 촐폰·촐몬·출판 등과 맞닿아 있다현지에선 남자아이 이름에 여전히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이것이 한자권에서 鄒牟(추모中牟(중모中慕(중무등으로 표기되다가 고려를 거치며 朱蒙(주몽)이 됐. 이 단계에선 '붉게 뒤덮다'는 뜻까지 취한 셈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