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페달러들 가운데 베테랑으로 꼽히는 ‘탁수’는 단순하고 육체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남성이다. 이제 막 해당 궤도의 리더 격인 마스터 자리에 오르게 됐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지위에 별 관심이 없다.
몸에 새겨진 루틴을 따라, 소박한 식사를 하고 깊은 잠에 빠진 다음 깨어나 단련된 근육으로 하루하루 페달을 돌리는 모노톤의 일상. 그 위에 날카로운 플래시백 하나가 균열을 낸다. 기억의 깨진 틈 사이로 동료 페달러인 ‘히로’가 실종되고, 그 자리에 신입으로 들어온 ‘아리’는 전임자의 행적을 궁금해하며 그의 잔흔을 쫓는다.
우리에게 삶에서 마주치는 날것의 감각은 소중하다. 심지어 그 너머에 어떤 대상이 없는 가짜 감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아도 드립커피는 마셔야 하고 스마트폰은 잠들기 직전까지 끌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의 육체는 우리 개개인의 삶이 육체노동에서 벗어나 있을수록 더욱 물신적 아름다움을 지닌다.
그런 감각들의 제국이 우리 현실의 디스토피아를 만드는 데 공헌했음은 다들 잘 알고 있을지라도. 그 감각의 미학은 인정하면서도 그 너머의 가능성을 주시하는 소설 ‘그냥, 내버려둬’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전민식의 신작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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