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데스크칼럼
[고동석칼럼] 소상공인 전문은행 설립 정부가 나서라
고동석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1 00:02:40
▲ 고동석 편집국장
세간에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면 최소 세 번 이상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지옥의 고통을 맛본다는 말이 있다
 
내수경제의 한 축을 지탱해 온 자영업·소상공인 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 폐업률이 10%를 넘어섰다는 흉흉한 업계 추정치는 내수 부진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 준다. 전국 평균 10명 중 1명이 문을 닫고 있다는데 어떤 지역들의 경우에는 폐업률이 평균치를 훨씬 웃돌아 상권 자체가 몰락한 사례도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도 1년을 버티지 못하는 상점과 식당이 수두룩하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일상화된 가운데 경기침체의 늪은 이제 내수경제의 숨통까지 끊어 놓을 기세다.
 
나홀로 사장’이라도 영업 중인 식당이나 상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하루 버틸수록 빚만 쌓여 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다가 폐업한 업장도 늘어 가고 있다. 폐업으로 전국 상가의 공실률이 늘어 가고 각 도시의 전통적인 대표 상권들도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19 방역 해제 당시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와 인건비,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한 소상공인 상생금융포럼에서 나온 통계에 의하면 올해 3월 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직전 대비 50% 이상 늘어난 1113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다중채무 개인사업자 수가 1727351, 대출잔액이 68972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나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정부의 금융지원이 원활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사업자금을 빌릴 은행 창구마저 닫히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업장들이 더 이상 견뎌 내질 못하는 것이다.
 
내수경제의 뿌리나 다름없는 650여만 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 연쇄적으로 경제침체를 가속·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방치해선 안될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영업의 파멸은 단지 우리 사회 일부분의 문제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와 같은 상황에 정부가 부분적인 정책 지원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의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아선 안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
 
무너지는 자영업에 출구전략은 있을까. 인플레이션과 높은 인건비·사업자금 부족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겹겹이 얽혀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의 그늘은 소비 부진의 가계경제와 맞닿아 있다. 눈만 뜨면 식재료 값이 치솟는 부담스러운 물가에 외식물가도 덩달아 올라 이제는 1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가 7월로 발표를 예정해 둔 하반기 경제정책에선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한 출구전략이 핵심 과제로 검토될 것이라고 한다. 그 내용을 미리 대충 살펴보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폐업한 자영업자들에게 취업을 지원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527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밝히며 언급한 내용에서 정부가 검토 중인 자영업 구조개혁안의 뼈대가 무엇인지 대략 엿볼 수 있다. 운영자금 지원보다는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되 되살릴 수 없는 업장에 대해선 폐업과 임금근로자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도무지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으로 자영업자들의 염장을 지르지나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금리 기조 속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은행 대출 연체액이 13500억원 원을 돌파한 상황인데 폐업하고 임금근로자로 전환시켜 주겠다고 하면 고맙다고 맞장구칠 자영업자가 있을까 싶다. 폐업을 하고 난 이후에 쌓인 빚 때문에 여전히 벼랑 끝인데 연봉 높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닌 이상 이것을 온전한 출구전략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고 가게를 운영하다가 쌓인 빚을 정부가 대신 갚아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러한 자영업자들에게는 우선 빚이 빚으로 쌓이지 않도록 고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 ‘소상공인 상생금융포럼에서 제시된 대안도 나쁘지 않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제4 전문은행 설립도 검토해 봐야 할 대안이다. 농협은행만 봐도 농협법에 적시된 설립 목적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가 농업인과 조합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해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렇게 설립된 농협은행은 시중 5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은행 설립의 목적과 취지도 농협은행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65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실은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구걸하고 시중 은행의 냉혹한 금리 계산기 위에서 삶의 무게와 목숨값을 매번 저울질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상생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다. 운영자금으로 쓸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기도 어려웠고 은행 창구에선 차별당하기 일쑤였다. 어떤 이들의 경우엔 아등바등하며 버텨 냈던 삶의 무게와 세월이 한 순간에 절벽 끝으로 떨어져 내려도 우리 사회 누구 하나 쳐다보는 사람 없이 인생의 실패자라는 낙인만 찍혔을 뿐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 뭉쳐야 한다. 또 정부는 이들에게 농협은행의 설립 취지와 같은 선상에서 자립하고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문은행 설립이라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해 주는 것이 내수경제를 뿌리부터 살리는 길이고 진정한 정부 주도의 상생 정책이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땜질 정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제4 전문은행의 설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