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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과 명장 마옥천 대한제과협회 회장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⑮ 대기업과 상생 협약 연장… 동네 빵집 자생력 키울 것
이미 시장 포화… 전문 기술 없이 뛰어들었다간 폭망 뻔해
위생 검사 피하는 패스트푸드 전문점… 안전 사각 큰 문제
제과점 노동력 부족 허덕… 외국인 취업비자 문턱 낮춰야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00:04:00
▲ 마옥천 대한제과협회 회장의 집무 공간. 1991년 '베비에르'라는 제과점을 개업하며 제과업계에 첫발을 디딘 마 회장은 33년의 업력을 쌓았다. ⓒ스카이데일리
 
[편집자주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이들은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시리즈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제과제빵사로서의 첫걸음
 
1991년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소규모 개인 브랜드 베비에르과자점이 문을 열었다.
 
전라남도 고흥 출신 마옥천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제과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빵집을 운영했던 이모님 덕에 제과업에 발을 딛게 됐다.
 
유복하지 않은 집안 형편 탓에 농업고등학교 축산과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소를 키워 부농이 돼 보자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그런데 당시 집안 사정으로는 소 를 한두 마리밖에 살 수 없어 축산업이라는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때 마침 부모님이 이모님이 운영하시는 빵집에 가서 기술을 배워 보라고 해서 지금의 제가 있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요즘 흔한 제과점 빵은 사 먹을 엄두조차 못 냈어요. 그저 동네 슈퍼에서 파는 빵을 먹어 본 정도였는데 이모님 제과점에 가서 네다섯 가지 재료로 팥빵과 크림빵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맛을 보니 꿀맛이었지요. 시골 소년이 빵의 매력에 푹 빠진 셈이었어요.
 
마 회장은 제빵사로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빵을 만드는 기술자에서 출발했어요. 제 꿈의 여정 마지막은 소박하게라도 저의  가게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꿈을 가질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창업을 위해 기술을 배우고 열심히 달려도 가게를 차리는 건 힘이 듭니다. 최근에는 인건비가 높아지고 달걀·버터·밀가루 등 원재룟값 상승 및 수급 불안정으로 어렵게 차린 가게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 됐어요.
 
마 회장은 한 명의 소상공인으로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제가 대한제과협회 회장으로 있지만 33년간 개인 제과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며 누구보다 제과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제과 산업은 임대료나 인건비 상승 여파로 직원 고용이 위축돼 가족 중심 운영 체제로 변해 가는 추세입니다.
 
▲ 마 회장 스스로 30년 이상 베이커리를 이끌어 온 장본인으로서 개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여건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소상공인 포화로 신음하는 내수시장
 
마 회장은 자영업자가 처한 여러 어려운 상황을 공감하며 소상공인의 사업 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국내 소상공인의 수가 750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자영업으로의 밀집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더욱이 자영업이라 하면 정년퇴직 이후 도전하기 만만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데 카페 같은 식음료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과업은 더욱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업종입니다.
 
마 회장은 최근 제과업에서 개·폐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전문 기술 없이 쉽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양상을 꼽았다.
 
이미 포화상태가 된 시장에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경쟁력을 잃고 퇴출되고 있어요. 이런 사정이다 보니 폐업하지 않고 버틴다 해도 사업주가 가져가는 수익이 근로자 임금보다 훨씬 적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제과업 종사자는 이른 새벽부터 하루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이 쉴 때 일을 해야 합니다. 꼭두새벽부터 문을 열고 제일 늦게 마감해 문을 닫는 직업이다 보니 요즘 추구하는 워라벨(·생활의 균형)과도 거리가 먼 근로 형태죠.
 
최근 선진국의 영향으로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라도 개인의 사적인 시간·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데 저는 이러한 변화가 옳다고 봅니다. 삶에 여유가 있어야 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친절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가족 모두가 힘을 보태 사업에 매진해도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해 생활비 정도만 간신히 벌고 있어요사업 분야에 대해 진정성 있게 접근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 하거나 카페나 제과점을 차리면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죠.
 
다행히도 제과업의 장래는 밝은 편입니다선진국에서 빵이 주식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밥이 주류를 이루지만 밥 대용으로 빵을 찾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제과 시장이 성장한 데는 특히 바쁜 직장인들이 밥 대신 식빵이나 샌드위치를 먹는 등 빵 소비를 높인 까닭도 있습니다그러나 한편으로 창업을 가볍게 생각해 전문성 없이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소상공인이 많아지면서 개업 대비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는 게 제과 업계의 현실입니다.
 
▲ 마 회장이 속한 대한제과협회는 협회지인 '월간 베이커리'를 발간하며 제과 업계의 소상공인과 소통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대기업의 유입
 
제과 시장 규모가 커지며 제과 업계에서 빵과 음료 판매를 겸한 베이커리 카페가 급부상했다.
 
전문 기술을 가진 제빵사가 만들어 낸 빵이 주목받기보다는 온라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건물 모양이 특이하다거나 내부 인테리어가 예쁘다는 등의 명성을 얻으면 젊은 층 사이에서 이러한 유행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이에 본질인 빵의 품질·맛을 우선하기보다는 자본이 투입된 화려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들어서며 활발한 마케팅 활동으로 손님을 끌다 보니 열심히 기술을 배워 소규모로 창업하는 소상공인은 당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요즘엔 너도나도 창업하다 보니 골목만 돌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동네 제과점이 바로 옆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제과·제빵 분야에서 기술을 가진 최고의 기능인을 제과 명장이라고 하는데,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특별한 부분이 있거나 빵 맛이 좋다는 등의 차별점이 있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마 회장이 이끄는 대한제과협회는 제과 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6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지난해·올해 이렇게 예산을 두 번 받았는데 최근 쌀 재고량 급증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개발한 가루쌀을 밀가루 대신 활용해 빵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쌀 소비 독려 취지로 가루쌀 빵이란 걸 제시한 것인데 가루쌀 빵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협회에서는 가루쌀로 만든 디저트·빵의 보편화를 위해 품평회 세미나 팝업스토어 대회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가루쌀은 글루텐 함량이 없어 카스테라나 쿠키를 만들면 밀가루보다 더 맛있는 맛을 낸다는 장점이 있어요.
 
2019년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로 대·중소기업 베이커리와 상생 협약도 맺었다.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이 동네 빵집 500m 이내에 개점하는 것을 규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한 파리바게트·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신규 가맹점을 전년도 대비 2% 이상 늘릴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기업과의 상생은 꼭 필요합니다제과점업의 대·중소기업 상생 협약은 올  87일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상생 협약을 맺게 되면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상공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 소상공인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해 나가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상권을 지켜 소비자가 동네 빵집을 통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소기업·소상공인 간 상생이야말로 소비자·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 만큼 협약의 연장은 협회에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중요 과제입니다.
 
마 회장은 협회를 통해 제과점 영업자의 제과점 영업 등록 법제화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밀가루로 반죽하고 발효시켜 빵을 굽는 베이커리카페가 제과점영업이 아닌 휴게음식점 영업으로 업종 신고를 해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위생 사각지대에 방치됐습니다제과점을 개업하는 사업자가 영업 신고를 할 때 제과점 영업으로 등록하는 것이 필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음식점 또는 휴게음식점 영업으로 등록해 위생 검사를 피하고 있는 거죠.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면 결국 해당 가게에서 음식을 사 먹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어 빵을 판매하는 영업점이 제과점 영업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규정의 법제화가 시급합니다.
 
마회장은 제과 업계의 노동력 부족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상황에서 제과 산업은 노동력 부족에도 허덕이고 있어요. 이 점에 대해 E9비자(외국인근로자 취업비자) 소지자의 제과점 취업 허용 등 제과 업계에 노동력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마 회장은 빵과 빵을 만드는 일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식품을 대하는 사람은 언어가 아닌 맛으로 표현을 하지요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 저의 평생의 목표입니다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맛보고 먹을 수 있는 그런 빵을 만들 때 제빵사로서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협회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협회 회장으로서 최저임금 상승 등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이 잘살 수 방안을 항상 모색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이 나라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근간인 만큼 동네 빵집을 비롯해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모든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제과 산업을 꿈꾸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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