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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백수식육식당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 ⑰‘배신하지 않는 음식’ 철학 대물림… “손님에 진심”
30년 넘은 예천 전통 음식점
아버지 가업 이어 김경남 대표가 운영하는 가게
지역 한우 활용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육회
정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7 21:15:56
▲ 백수식육식당 전경. ⓒ스카이데일리
 
[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경상북도에는 예절의 고향 예천군이 있다. 예천군은 과거 경상도의 주요 도시인 안동·상주·문경과 접하고 있는데 서울로 올라가기 전 지나는 지역 중 한 곳이었다.
 
대구는 막창, 안동은 찜닭 등 지역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예천군은 뭘까? 예천 지역의 특산물 중 한우가 있다. 예천 특산 한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있는데 바로 백수식육식당이다.
 
이 식당은 1986년 김경남 대표의 아버지가 창업했다. 창업주인 아버지는 무엇보다 한우의 품질과 전 세대가 먹기 좋은 육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저는 원래 식당 일을 옆에서 돕는 역할이었어요. 설거지나 홀 서비스 등을 주로 맡았죠. 원래부터 식당을 물려받으려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아버지께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2020년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개월 정도 고민을 했죠. 이 식당을 제가 맡아서 계속 운영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래도 그동안 아버지가 이뤄 놓은  식당인데 쉽게 포기할 수 없었죠. 그래서 2020년 이후 제가 쭉 맡아 오고 있습니다.”
 
백수식육식당은 이름이 특이했다. 얼핏 들으면 육회 전문점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김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가 부르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상호를 지어야 손님들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서 이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백수식육식당은 예천군에서 몇 안 되는 백년가게다. 김 대표는 백년가게로 선정된 것도 아버지의 덕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백년가게라는 것을 잘 몰랐는데 누가 저희 가게를 추천했더라구요. 그래서 백년가게라는 것을 알아보니까 전통이나 맛 등이 우수한 가게가 선정되는 제도인 것을 알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신청하게 됐어요. 심사가 정말 까다로웠는데 서류 제출 등 구비해야 할 것도 많았어요. 그렇게 예천군에서 몇 안 되는 백년가게가 된 것이 자랑스럽고 사실 이 모든 게 저의 역할보다는 아버지가 이뤄 놓은 것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방송 출연이나 SNS 검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을 이용한 손님들이 칭찬도 하겠지만 혹평도 게시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방송사에서 몇 번씩 사정을 해서 방송 출연을 했어요. 방송 출연을 하고 나니까 예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손님이 많이 찾아왔어요. 지금도 저희 가게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외지 분들이 많으세요. 와서 맛있다고 칭찬해 주고 하니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죠. 하지만 방문하는 인원에 비해 일하는 종업원이 적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 지치더라구요. 사실 예천이 도시와 달라서 일손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서비스업보다는 1차산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기도 하구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이런 경험 때문이었을까 늦게까지 영업하지 않으며 영업시간을 되도록 준수한다고 한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저희는 늦게까지 영업하지 않아요. 저녁 7시까지 영업한 후 퇴근하고 너무 힘들다 싶을 때는 더 일찍 퇴근하기도 해요. 저도 사람이고 종업원들도 사람인데 영업시간이 길면 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그러면 지치거든요. 몸이 지치게 되면 진정성 없는 요리가 나오게 되고 손님들에게 불친절한 서비스를 하게 돼요. 결국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는 거죠. 쉴 때 쉬고 일 할 때는 일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 백수식육식당 내부. ⓒ스카이데일리
 
백수식육식당은 환하고 탁 트인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김 대표의 밝은 마인드가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든 건 아닐지 궁금했다.
 
원래 아버지가 계실 때는 옛 식당의 느낌이 났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분위기를 조금 바꿔 볼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테리어를 좀 환하게 바꿨더니 좋아하시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종업원과의 시너지를 중요시했다.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선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일하는 종업원이에요. 특히 예천같이 일손이 귀한 동네에서는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가죠.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도 중요하지만 요리·서비스·청소 등의 역할을 중추적으로 하는 것은 종업원이에요. 그래서 저는 일하는 분위기도 좋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 백수식육식당의 육회비빔밥. ⓒ스카이데일리
 
1986년부터 이어 온 백수식육식당의 육회 맛이 궁금했다. 예천에서 몇 안 되는 백년가게에 선정된 만큼 그 맛이 기대됐다. 또한 그 육회를 넣어 만든 육회비빔밥도 궁금했다. 육회비빔밥은 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육회는 잘못하면 질긴 느낌이 많이 나는데 백수식육식당의 육회는 질긴 느낌이 전혀 없고 오히려 부드러운 느낌이 났다. 양도 푸짐해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맛의 비결은 선대부터 지켜 온 철칙에 있다. 품질 좋은 한우를 직접 사들이고 누구나 거부감 없이 육회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양념장을 무쳐서 내놓아 언제나 신선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저는 아직 아버지가 내시던 맛을 따라잡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맛은  그때 그때 트렌드에 따라 노력해서 바꿀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가 고집하시던 음식에 대한 철학만큼은 지키려고 해요. 이 식당이 이만큼 온 것도 아버지의 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손님들은 비싼 교통비를 들여 저희 가게를 찾아 주신 만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음식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위생인데 저희 가게는 주방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식재료의 유효기간을 꼭 지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업을 이어받은 김 대표의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했다.
 
사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프랜차이즈를 생각했었어요. 2호점·3호점 이렇게 내다 보면 더 많은 손님들이 우리 가게 육회 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 저 혼자 이렇게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지금 그렇게 하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 가게에만 집중하고 프랜차이즈는 나중에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현 상태를 유지하며 손님들 한 분 한 분께 최상의 음식을 내놓기 위해 늘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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