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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기획 시리즈]⑯ 대구 용지봉⋯ 입에 살살 녹는 반가 음식
김수진·변미자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변 대표 대구 향토 음식/연 요리 부문 명장
김 대표 외식경영인 겸 대구관광협회 명예회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
정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1 08:43:35
▲ 대구 수성구 소재 한정식 식당. ⓒ스카이데일리
 
[편집자 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대구광역시 수성구는 지역 부촌(富村)으로 유명하다. 대구의 강남이라 할 만큼 부동산 가격 등 경제 수준이 높다. 그런데 이 부촌에 음식 수준이 높은 식당이 있다. 바로 수성못 앞에 있는 용지봉이란 한식 전문 식당이다.
 
이 식당은 김수진·변미자 부부가 운영하고 있으며 김수진 대표가 경영을 맡고 변미자 대표는 주로 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변 대표는 대구 향토 음식·연 요리 부문 명장인데 그 경력이 엄청나다. 국무총리 표창대구음식박람회 은상·금상·대상, 한국음식대전 동상, 외식 경영 대상, 대한민국 산업포장 등 다수의 상을 받았고 유선방송 tvN·Olive에서 방영한 한식대첩4에 출연해 최종 우승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한식·일식·양식 등 5대 조리 전문자격증도 소유하고 있다.
 
용지봉1998년에 창업했다. 김 대표는 용지봉이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했다
 
이전에 선재 공장·비단 유통·예식장 식당 등을 운영했지만 모두 쓴맛을 봤죠. 그런데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고 그대로 포기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남은 재산들을 싹 그러모았는데 여전히 자금이 부족한 거예요.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친한 친구가 1억 원을 지원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네가 이때까지 쓴 맛을 본 것은 운이 따르지 않아서였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고,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힘을 얻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용지봉이 ‘C급 입지였음을 강조했다. 일부러 외식을 하기 위해 찾을 만한 입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방문해 보니 수성구 아파트 단지들과는 거리가 멀고 앞에는 대로변과 수성못이 있었다.
 
지금이야 SNS가 발달돼 있어서 맛집 검색도 쉽고 길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제가 막 개업한 1998년도에는 인터넷만 있었지 길 찾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그런데도 우리 용지봉에서 맛 한 번 보고 맛있다고 주변에 입소문 나고 하니까 그 손님들에게 고마웠죠.
 
그런데 사실 저도 용지봉을 개업하기 전 경영만 해 왔고 아내도 요리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어떻게든 용지봉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아내는 밤낮없이 요리 연구를 했고 모자란 부분이 있을 때는 조리 교수에게 요리 컨설팅을 받기도 했죠. 그런 열정이 오늘날 용지봉을 만들었습니다.
 
대구에서 한식 명소로 거듭난 용지봉도 어려운 시점이 있었다. 바로 2000년대 광우병 파동과 코로나19’ 때였다. 김 대표는 창업 이래 이 두 사건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회상했다.
 
우리 가게가 원래 한우 전문점이었어요. 그런데 광우병 파동 때문에 손님은 뚝 끊기고 매출은 바닥을 쳤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한정식으로 업종을 바꿨어요. 한정식이 정말 어려운 음식에 속하는데 아내가 밤낮없이 연구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때는 모든 자영업자들이 힘들었겠지만 저희도 힘들었어요.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없고 나중에는 영업시간도 제한됐으니 역시 매출이 하락할 수밖에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갈비탕·육개장 등 밀키트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거였어요. 생각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왔고 다른 지방에도 입소문이 났어요. 규제가 다 풀린 이후에도 밀키트 사업은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 특별한 손님들을 맞는 공간 ‘륜’의 내부에서 바라본 정원. ⓒ스카이데일리
 
용지봉에는 본관 외에도 특별한 손님들을 맞는 공간이 또 있는데 바로 이라는 곳이다. 김 대표는 이곳은 철저히 예약제로 진행되며 정부 고위 관료 등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창밖으로 자연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정원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 ‘따뜻한 한그릇’. ⓒ스카이데일리
 
특별한 손님들을 맞는 공간 옆에는 전혀 상반되는 공간이 있었다. 바로 따뜻한 한그릇이란 곳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명절 때마다 독거노인 등 위안 잔치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도 남들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취지에서 따뜻한 한그릇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용지봉을 처음 창업할 때도 그렇고 남들에게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제 용지봉도 잘되고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인근에 지산종합복지관이 있는데 여기에 계시는 독거 노인 등이 오셔서 우리 가게에서 한정식을 드시고 가기도 하죠. 또한 학교에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베풀면서 살 생각이에요.
 
아내인 변 대표도 경력이 화려하지만 김 대표 역시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대구관광협회 명예회장·한국외식산업협회 대구경북광역지회장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경북 지방의 우수한 음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엔 경북 지역에 선비가 많았잖아요. 정권을 잡았던 사림파가 주로 경북 출신인데 이 선비들이 중앙 정부에 등용이 돼 한양에서 지내면서 궁중 음식을 많이 맛보게 되죠. 이들이 나중에 낙향하면서 한양에서 맛본 궁중 음식이 경북 지방에 반가 음식으로 자리잡게 됐죠. 궁중 음식의 맥을 이어 준 곳이 바로 경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북 지역의 음식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경북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김 대표의 말을 들으니 용지봉의 한식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 한정식 코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식전 요리로 나온 전복죽에 이어서 나물·표고탕수·머위전 등이 나왔다. 표고탕수와 머위전은 떡처럼 쫀득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해물 모듬구이는 관자와 새우 모두 식감이 부드럽고 비린맛이 없었으며 곁들여진 토마토·마늘 등과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특히 맛있다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더덕 튀김과 대추 튀김이 바삭하고 쫀득해 입맛을 사로잡았다.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우 갈비살이 나왔다. 한우 전문점으로 시작한 용지봉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 잔뜩 기대를 품고 갈비살을 입에 넣으니 정말 부드럽고 맛이 일품이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김 대표는 업계 원로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차서 어른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솔선수범해서 인정을 받겠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떳떳하게 식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냥 맛에 신경 안 쓴다든지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든지 등등 이런 것들은 제가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음식을 하나 만들더라도 정성스레 신경써서 손님들에게 내놓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요. 그게 웰빙 푸드가 되는 거죠. 저부터 이렇게 실천해서 남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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