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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글>
2025년, 대한민국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경제 둔화, 정치 불신, 외교안보 불확실성, 낡은 헌정 체제, 심화하는 사회 갈등. 정권교체 여부를 떠나, 다음 대통령은 이 복합 위기를 풀어낼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 대통령의 과제’ 시리즈는 이를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① 경제 ② 정치 ③ 사회 ④ 외교안보 ⑤ 개헌
다음 대통령이 직면하게 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헌법 개정이다. 1987년 개정 이후 지금까지 유지돼 온 현행 헌법은 급변하는 정치·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제도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 발생한 계엄령 발동과 일련의 과정은 한국 헌정 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국회는 입법 독점 구조 속에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탄핵소추와 예산권으로 압박했고, 헌법재판소와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의 독립성을 포기한 채 정파적 운영을 한다는 국민적 의심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이 왜곡된 권력 구조를 바로잡는 개헌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개헌의 방향과 내용에는 다소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대통령 임기제 개편이 시급하다. 현행 단임 5년제는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정치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제도적 병목이다. 임기 초반에는 개혁 동력이 약하고, 임기 중반 이후에는 정치적 동력 자체가 소진되며 '레임덕'이 구조화된다. 이에 따라 4년 중임제를 도입해 유권자가 대통령을 한 차례 더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정 연속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단임제는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무책임한 국정운영과 단기적 정치에 기댄 정책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둘째, 국회 양원제 도입도 본격 검토해야 한다. 단원제 국회는 다수당의 권력 집중과 입법 폭주를 제어할 수단이 부족하다. 견제 없는 입법 독주는 행정부의 권한 집중만큼이나 위험하다. 상원과 하원으로 권한을 분산하면, 하원은 민의를 대변하고, 상원은 지역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정책 심의를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입법의 품질을 높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구조로의 전환은, 단순한 의회 개편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재정비하는 일이다.
셋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헌법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선관위는 ‘독립성’이라는 미명 뒤에 숨어 통제 불가능한 구조적 부패와 선거관리 실패를 반복해 왔다. 특정 성향으로 편중된 위원 구성, 비공개적인 운영 관행, 부실한 선거 시스템 등은 선관위가 더 이상 국민 신뢰를 담보할 수 없는 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독립성의 신화를 내려놓고, 선관위 구성과 운영에 실질적인 감시·견제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성권 분산, 인사 감사권 부여, 활동 투명성 강화를 통해 선거의 공정성을 헌법 차원에서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폐지라는 의견도 있다.
넷째, 권력 분립의 현실화가 과제다.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국회·법원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은 수십 년째 반복되어 왔지만, 정작 국회와 사법부의 무책임과 기능 부재도 함께 지적돼야 한다. 개헌은 대통령의 권한만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제어하고, 행정부의 정책 결정이 입법부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다섯째, 정치적 책임성과 국민 통제 장치를 헌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헌법은 권력자에 대한 견제보다 권력 행사자의 자율에 기대는 구조였다. 그러나 국민의 직접 통제 수단 없이 권한만 부여된 제도는 결국 부패와 무책임을 낳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국민 발안제 및 직접 투표 강화, 고위공직자 회계공개 의무 확대 등은 실질적 책임 정치로 가기 위한 필수 조치다. 정치적 권력이 국민의 위임에 의해 행사된다는 원칙은, 헌법상 실효적 장치로 보완되어야 한다.
여섯째, 사법 개혁과 헌법재판 기능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오랜 기간 정치적 사건을 심판하면서 중립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재판관 임명 과정의 정파성, 판결의 자의성, 국민 신뢰의 부족은 헌재의 존립 근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헌법재판 기능을 대법원 산하의 ‘헌법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사법 기능의 일원화는 판단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높이며, 이중 구조로 인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헌법재판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재판관 구성 방식과 사건 심리 절차의 전면적인 공개 및 개혁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개헌은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가리는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한 세대 앞당기는 국가적 재설계다. 다음 대통령은 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개헌은 모험이 아니라 의무이며, 구조 개혁은 다음 정권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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