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2025년, 대한민국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경제 둔화, 정치 불신, 외교안보 불확실성, 낡은 헌정 체제, 심화하는 사회 갈등. 정권교체 여부를 떠나, 다음 대통령은 이 복합 위기를 풀어낼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 대통령의 과제’ 시리즈는 이를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① 경제② 정치 ③ 사회 ④ 외교안보 ⑤ 개헌
[다음 대통령의 과제 ① 경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정권의 색깔이나 이념을 떠나 반드시 직면하게 될 경제 과제들이 있다. 그것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며,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회복을 논하기에 앞서, 체질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변곡점에 있다. 새로운 리더십은 단기 수치를 넘어서 구조를 보는 시야, 선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감각을 갖춰야 한다.
■ 첫 번째 과제는 민간 소비의 회복이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비 여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부동산·주식 자산 침체 속에 가계 심리는 얼어붙었고, 자영업 기반 내수 시장도 회복의 동력을 잃었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더라도, 고정금리 전환 유도, 청년·저소득층 대상 저리 대출 확대, 장바구니 물가 안정 같은 세부 조치가 절실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나 소비세 감면 같은 유인책은 한계가 있지만, 적절히 설계하면 시장에 긍정적 심리 신호를 줄 수 있다. 특히 음식·의류·교육 등 실생활 밀접 품목의 가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 두 번째 과제는 수출 경쟁력의 재정비다.
한국은 여전히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은 일정한 기술 우위를 갖고 있으나, 미국 IRA, 유럽 공급망 법제화, 중국 내수 강화 정책은 모두 한국에 불리한 조건을 만든다.
신흥국 시장 확대와 인도·베트남·중동 등과의 전략적 경제 협력이 절실하며, 원천기술 R&D 투자와 소재·부품 내재화로 공급 안정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콘텐츠·의료·교육 등 서비스 수출을 본격적인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BTS와 한류를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산업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세 번째 과제는 내수 기반과 서비스 산업의 체질 개선이다.
한국 서비스업은 OECD 평균 대비 생산성과 고용 기여도가 모두 낮다. 의료·교육·관광·콘텐츠·물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여전히 규제와 산업 간 칸막이에 묶여 있다.
지역경제와 연계한 관광 산업 육성, 온라인 기반 의료·교육 플랫폼의 해외 진출,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의료 한류, K-에듀의 글로벌화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지만, 정부 정책이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 자영업 구조도 단순 생존 지원을 넘어 업종 전환, 기술 융합, 디지털화 중심으로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 배달앱, 쇼핑몰, 예약 플랫폼 등 민간 시스템과 연계한 '디지털 자영업 혁신'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 네 번째 과제는 구조 개혁이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으며, 청년층과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은 높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노동형태에 맞는 사회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교육 개혁도 시급하다.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반도체·AI·바이오 등 전략 기술 분야 학과 신설 및 확대가 필요하다. 평생직업교육 시스템 역시 기업 수요와 연계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인재가 곧 산업'이라는 인식 속에, 미래 세대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규제 혁신은 말이 아닌 실행으로 증명돼야 한다. '선허용-후규제' 원칙을 정착시키고, 창업·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 다섯 번째 과제는 재정과 통화의 균형이다.
지금처럼 고물가 속에 확장재정과 고금리를 동시에 운용하는 정책 혼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복지와 현금성 지원은 지속 가능성과 재정 건전성을 기준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선심성 보조금 확대는 일시적 지지는 끌어낼 수 있어도, 국가 신뢰와 통화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신 AI·그린에너지·국방·우주·첨단소재·기술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와 민간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이 투자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 동반 투자를 설계해야 한다.
구조를 건드리지 못한 채 재정 확장만 반복한 일본과 유럽의 장기 침체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서 구조적 ‘재설계’를 이뤄내야 한다. 불황의 그늘을 일시적으로 걷어내는 기술보다, 성장의 방향과 구조를 바꾸는 통찰이 절실하다. 단기 성장률 수치에 일희일비하거나 인기 위주의 경제 공약에 매몰되는 순간, 한국 경제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과제들만은 피해갈 수 없다. 방향이 없는 성장, 구조 개혁 없는 경기부양은 미래세대의 부담만 키울 뿐이다. 경제를 아는 대통령, 구조를 바꿀 리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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