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째 제5땅굴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 … 신간 ‘터널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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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이 기자의 책캉내캉]

가자지구 관통 하마스땅굴은 북한의 작품
제5땅굴 안 찾는 것인가 못 찾는 것인가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07 16:20:46

▲ 신간 ‘터널 헌터’의 저자 최태선 씨가 청음 활동을 통해 찾아낸 제4땅굴. 양구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에도 버티고 있는 게 가자지구를 관통하는 땅굴 덕분이라고 한다. 길이 41km, 폭 10km에 불과한 영토 아래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하마스땅굴은 이스라엘의 고립작전에 대비해 하마스가 구축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 땅굴은 비무장지대(DMZ)에 다수의 땅굴을 운용했던 북한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4땅굴의 발견자로서

신간 ‘터널 헌터’의 저자 최태선은 2004년부터 2024년 초까지 주한미군 정보부대의 선임연락관(Intelligence Operations Specialist)을 지낸 인물로 제4땅굴을 발견한 당사자다.

그는 책에서 “우리나라에 하마스땅굴과 같은 것이 정말 없을까? 왜 군은 제4땅굴을 발견한 후 34년이 흐르도록 더 이상 땅굴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 2024년 2월 이스라엘방위군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 본부 지하에서 찾아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땅굴. AFP 연합뉴스

저자는 1990년 3월3일 발견된 제4땅굴의 위치 계산 발견자로서 자신을 땅굴 발견 전문가(expert)로 소개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쓴 것도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할 다섯 번째 땅굴을 찾기 위해서다.

먼저 우리 군의 땅굴 발견 역사는 다음과 같다.

제1땅굴은 1974년 11월5일, 대한민국 육군 제25보병사단 담당 구역인 연천군 고랑포에서 DMZ 지역을 수색하던 중 구정섭 중사가 45cm 정도 땅을 파서 바로 발견했다. 이 땅굴은 서울에서 불과 65km 거리에 있는 데다 한 시간에 1개 연대(1000~3000명)의 무장병력이 통과할 수 있고 궤도차를 이용하면 중화기와 포신 운반도 가능했다.

제2땅굴은 1975년 3월19일, 육군 제6보병사단 담당 구역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병사가 지하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을 들으면서 발견됐다. 철원군 북방 13km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된 이 땅굴은 제1땅굴보다 규모가 더욱 커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광장까지 갖추어 놓았다.

남쪽 출구는 세 갈래로 나뉘어 있으며 1시간에 1만 명의 무장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량·야포에 전차까지 통과할 수 있는 규모였다. 제2땅굴을 찾는 과정은 고 장희성 공병 대령이 작성한 ‘우리가 찾은 땅굴’이라는 책에 일지 형식으로 상세히 나와 있다.

▲ 1974년 11월5일, 대한민국 육군 제25보병사단 담당 구역인 연천군 고랑포에서 DMZ 지역을 수색하던 중 구정섭 중사가 45cm 정도 땅을 파서 발견한 제1땅굴. 연천군

▲ 제2땅굴은 1975년 3월19일, 육군 제6보병사단 담당 구역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병사가 지하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을 들으면서 발견됐다. 철원군

▲ 남파 간첩으로 침투했다가 자수한 김부성의 증언을 토대로 발견한 제3땅굴. 파주군

제3땅굴은 1974년 남파 간첩으로 침투했다가 자수한 김부성이 개성 근처에 머물면서 땅굴 파는 일을 했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발견한 것이다.

판문점 남방 4km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된 이 땅굴은 1시간에 3만여 명의 무장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규모로 역대 북한의 땅굴 중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44km 지점에 위치한다. 이 땅굴은 ‘똘이장군: 제3땅굴편’의 소재가 되는 등 비교적 정확한 기록이 있다.

제4땅굴이 있다면 제5땅굴도 있다

하지만 제4땅굴에 대해서는 이진삼 예비역 대장의 자서전 ‘내 짧은 일생, 영원한 조국을 위하여’에 일부가, 전 탐지처장 예병주 예비역 대령의 ‘땅굴의 진실과 신비의 DMZ’(2015)에 간략히 나와 있을 뿐 제대로 된 기록이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땅굴 발견의 공식 기록인 ‘전투상보’에도 저자가 어떻게 땅굴의 위치를 찾아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을 뿐더러 그저 ‘청음활동을 하였다’ 정도로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 같은 기록 부재가 제5땅굴을 찾지 못하는 원인으로 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 민간인에 의한 땅굴 관련 민원은 그가 육본 청음분석장교 시절이던 1989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군이 제4땅굴 발견 이래 34년간 단 한 개의 땅굴도 발견하지 못한 반면 민간인은 비록 땅굴이라고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지하에서 빈 공간을 발견한 경우가 드물게 있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1992년 4월 중령으로 전역한 후 군 업무로부터 멀어진 생활을 하다가 2002년 우연히 제4땅굴을 가족들과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땅굴 발견자인 저자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단어도 없었다. 그는 이 사실이 매우 아쉬웠으나 군이 제5, 제6 땅굴을 찾아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2004년 주한미군 정보부대의 선임연락관으로 취업이 되면서 그가 알게 된 것은 우리 군이 땅굴에 대한 방향성조차 실종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지만 미군 정보부대 고위 요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2월 주한미군정보부대에서의 20년 근무를 마치고 퇴직하여 자유로운 시민이 되었고 비로소 책의 집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책은 오래도록 땅굴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육군의 무대책을 질책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제5, 제6 땅굴을 찾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비책을 이야기한다.

34년째 땅굴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북한이 결코 땅굴을 파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경고가 꽤 설득력 있게 와 닿는 책이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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