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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석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300여 개 점포가 폐점 위기에 놓이고, 납품 중단 사태도 벌어지며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대 주주 MBK는 홈플러스의 회생은 뒷전인 채 일본 공작기계 업체 마키노 인수를 추진하며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마키노)의 지분 매각을 놓고 복수의 투자펀드가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MBK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MBK파트너스는 주식공개매수(TOB) 방식의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수가격은 주당 1만1000엔(약 10만5000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의 이 같은 행보는 회생절차가 한창인 홈플러스를 뒤로한 채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섰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사태의 이해관계자인 채권 투자자·부동산펀드 투자자·금융투자자(메리츠증권) 등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다. 통상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이해관계자들은 법원 주도 아래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지 해법을 도출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초과하면 홈플러스는 청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임차인과 임차료 조정 협상을 이어가고 있을 뿐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한 주요 채권자와는 채권 조정 계획을 놓고 아직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홈플러스 입점 매장 300곳이 폐점 위기에 처했다. 특히 건물주와 임차료 협상에 실패한 17개 점포는 계약 해지를 추진 중이다. 해당 점포에 입점한 200~300개 매장의 점주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계약 해지 조치와 임차료 협상 등 자구 노력을 회생계획안에 반영하기 위해 제출 기한을 7월 10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기한 내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폐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계약 해지 대상 점포는 가양·일산·시흥·잠실·계산·인천숭의·인천논현·원천·안산고잔·화성동탄·천안신방·천안·조치원·동촌·장림·울산북구·부산감만 등이다.
납품업체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측이 일부 공급사에 정산을 7~8월까지 미루겠다고 알리자 공급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빙그레는 24일부터 홈플러스에 전 품목의 납품을 중단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거래조건 협의 중 이견이 있어 납품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빙그레의 납품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빙그레는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을 때도 납품을 중단하지 않았다. 매일유업도 재고 문제 등으로 홈플러스에 일부 냉장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펀드별로 자금을 운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외부에서는 모두 ‘MBK’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움직이는 것으로 인식된다”면서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부적절하며, 무책임한 행보로 비칠 수 있다. ESG 측면에서도 이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단기채 사태’와 관련해 한국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홈플러스 본사와 MBK파트너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미국 시민권자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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