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안 시인의 ‘소래뱃터’ 음률이 잔잔히 흘렀다. 동료 문인과 이별한 고인의 자리는 더욱 허전했고 시인의 작품을 읽자 아내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문인들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며 그리움이 사무치게 깊어졌다.
28일 인천광역시 중구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연안문학회 25인의 문인이 모인 가운데 시 낭송회가 열렸다. 아이를 낳듯 인고의 시간을 보낸 작품이 누에고치에서 벗어나듯 훨훨 음률을 타고 흘러나왔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야금을 튕기듯 한 음 한 음 소중한 기억이 퍼져 나갔다. 연안문학회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그룹으로 인천문인협회에서 함께 활동하다 뜻이 맞은 시인·소설가·수필가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현재 김사연 회장이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무국장은 지연경 시인이 맡고 있다.
연안문학회는 동서문학 벨트 구축을 위해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진주의 대문호로 알려진 강희근 고문을 비롯해 역사소설을 집필 중인 김의중 전 회장 등도 문단에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재상은 일본 공연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낭송회에 참석해 클래식 기타 연주와 함께 이광조의 ‘세월 가면’을 불러 분위기를 띄웠다. 문인들은 “시는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다.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무색무취로도 삶의 깊은 감정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순수 문학을 추구하는 문인과 시대를 풍자하는 문인이 고즈넉한 장소에 모여 마음속 시상을 끌어냈다. 때로는 어머니의 향기처럼 한 단어에 시인의 뜻이 담겼다. 마치 옹기종기 가족이 모인 듯 포근한 자리가 되었다.
이러한 기쁨을 주는 곳이 연안문학회다. 끊임없이 작품을 창작하며 ‘인천 시민들과 함께’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자리는 더욱 뜻 깊었다. 문인들은 순국선열과 작고 문인을 기리며 인천 문학 발전을 다짐했다.
이날 문인들은 “우리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따뜻함을 주고 고독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안식을 준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소명은 다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베토벤의 웅장한 운명 교향곡처럼 시로 더불어 사는 세상에 작은 소금이 되기를 다짐했다.
행사 말미에는 고 박화산 시인의 ‘골목길 사람들이’ 낭송됐다. “꽃이 피고 화사하게 웃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문인들은 고인이 하늘에서 연안문학회의 발전을 응원하며 미소 짓고 있으리라 여겼다.
낭송회는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문인들은 “내일은 더욱 아름다운 시로 시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연안문학회 시 낭송회는 인천문화재단과 팬타웍스가 후원했다. 인천문화재단은 올해 600만 원을 지원하며 문인들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집필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인천 문인들의 활동에 대한 응원과 관심은 앞으로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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