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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루즈니 “러·우전 섣부른 휴전·평화 외려 장기전 초래” 우려
“쿠르스크 기습 대가 너무 컸다… 모든 면에서 실패” 작심 비판
“2014년 시작된 전쟁… 神 허락하신다면 2034년 전 끝나길”
현지 최근 여론, 젤렌스키보다 인기… 신뢰도 높고 우호적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25 15:58:52
▲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가 2023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 24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자로 나섰다. 전쟁 장기화로 젤렌스키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가운데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현 영국 대사)의 존재감 부상이 주목된다.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보다 신뢰도 호감도 모두 높게 나온다. AFP=연합뉴스  
 
발레리 잘루즈니(52)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현 영국 주재 대사)이 작년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침공작전을 작심 비판해 주목된다. 그는 전시계엄령을 이유로 대선 없이 임기를 지속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7)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에 따르면 잘루즈니는 24일(현지 시간) 주간지 제르칼로 티주냐 기고문에서 “이 작전의 대가가 너무 컸던 게 분명하다”고 짚었다.
 
1993년 장교 임관 이래 31년 군복무 경력자인 잘루즈니는 “경험상 전선이 협소한 구간에서 고립된 전술적 돌파는 공격 측에 필요한 성공을 가져오지 못한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한 후 전술적 우위까지 확보한 것을 들어 인명 손실·전술 모든 면에서 실패한 작전이었다고 평가했다. 1월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작년 8월6일 우크라이나가 자국 수미주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기습 진입해 한때 서울시 면적의 2배 이상인 약 1300㎢를 점령했다. 젤렌스키의 야심찬 시도였으나 러시아군은 북한군 쿠르스크 투입 등을 통해 올해 초 이곳을 완전히 탈환했다.
 
러시아 본토가 외국 군대의 침공을 받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러시아 정권에 심리적 충격을 주고 평화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작전으로 분석됐으나 가장 중요한 동부(돈바스) 격전지 방어에 필요한 전력이 분산되고 대규모 병력 손실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만 쿠르스크 작전을 지휘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현 총사령관은 러시아군 역시 쿠르스크에서 병력 7만7000명을 잃었으니 목표를 달성한 작전이었다고 자평한다. 인테르팍스 등 우크라이나 매체가 2월 이런 시각을 보도했다.
 
잘루즈니는 현 전황이 제1차 세계대전을 연상시키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면서 러시아군 소모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7월 키이우 인디펜던트 인터뷰 때도 ‘2034년까지 전쟁 지속’ 등 비관적 전망을 언급했다. 그가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개전 7개월 전인 2021년 7월이었는데 전쟁 발발 이래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작년 2월 해임돼 국내외 주요 매체들 국제면 헤드라인을 채웠다. 이미 2023년 11월1일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기사에서 잘루즈니는 그해 여름의 이른바 ‘대반격 작전 실패’와 ‘전선 교착’을 인정했다. 심지어 “1차 세계대전처럼 양측 기술 수준이 방어·공격 균형을 이룬 형국” “깊고 아름다운 돌파는 아마 없을 것” 등의 현실을 직시한 발언을 했다.
 
잘루즈니의 이런 행보에 젤렌스키는 작년 2월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그의 권리다. 그러면 정치에 진출해야 하고 전쟁을 다룰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 기관 레이팅그룹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당장 대통령 선거가 열릴 경우 ‘젤렌스키 35%’ ‘잘루지니 25%’ 득표가 예상된다. 신뢰도 면에선 6월 조사 때 잘루지니 71%였고 지난 2년 사이 여론조사의 경우 87~88% 신뢰도를 기록했다. 잘루지니가 대선 출마할 경우 65% 득표를 내다본 조사 결과도 있다(우크라이나 SOCIS·Janus·여론바로미터 공동조사).
 
지지율이란 대선 예상 득표율, 일반 신뢰도 조사, 특정 시점의 인기 등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최근 여론에선 예상 득표율 약 20~25%와 60~70%대 신뢰율 평가가 자주 언급된다. 이들 조사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통상적 신뢰를 받는 조사기관이 수행했으며 방법론도 과학적이지만 전쟁 상황 특유의 제약(점령지 제외, 정치적 자기검열 가능성) 때문에 수치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긴 어렵다. 잘루지니가 젤렌스키보다 ‘신뢰도 우위라는 게 확인됐다’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하다. 3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웹페이지의 오피니언 칼럼 또한 작년 11월 기준 “잘루지니가 젤렌스키보다 더 우호적 평가를 받는다(62%)”고 했다.
 
전쟁 초기인 2022년 전반기 80~90%대였던 젤렌스키 지지율이 작년 1월 말 40%대 중반으로 떨어진 반면 잘루즈니의 호감도·신뢰도가 62%로 나타났다는 우크라이나 여론 조사 결과를 당시 가디언이 보도했다. 작년 여름 이래 잘루즈니와 젤렌스키 갈등, 군·정 권력 충돌 가능성 등이 주요 외신을 타기 시작했다. 올해 5월23일자 가디언은 잘루즈니의 “하이테크 전쟁 방식 전환” 주장을 ‘정책 제안’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서유럽과 미국 지원 없인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3월12일자 블룸버그에 잘루지니의 고강도 미국 대외정책 비판이 실린 것도 그런 문맥이다.
 
2023년부터 여러 차례 밝혔듯 잘루즈니는 이번 전쟁을 “현대식 포지셔널 워(positional war·거점 고착형 전쟁)에 기울어진 장기 소모전”으로 본다. 전장 기술·조직·지원 체계를 동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지셔널 워란 기동전에 반대된 개념으로 참호에 갇힌 전쟁이 아니라 첨단기술과 전통적 소모전 양상이 결합된 신형 교착을 뜻한다. 작년 12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선 ‘제공권’ 없는 전쟁 수행의 불가능성을 지적하며, 이를 현실을 강요하는 서방을 에둘러 비판했다. 금년 들어 기회 있을 때마다 영토 전면 탈환보다 인명·경제 부담을 최소화 방안을 강조해 왔다.
 
잘루즈니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유일한 안전보장으로 보며 장거리 무기 사용의 자유 등을 지지하면서도 모병·동원 제도 개선 등 내부 과제의 병행도 강조한다. 장기전에선 러시아 측이 유리하다는 점과 “1991년 내지 2022년 국경선 완전 회복의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한 대목도 5월23일 가디언 인터뷰에 실렸다. 작년 7월15일자 키이우 인디펜턴트에 “휴전 내지 조기 평화 합의를 섣불리 시도했다간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며 “방어 능력을 구축하지 않은 채 휴전을 시도한다면 전쟁은 수년간 더 이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잘루즈니가 “전쟁은 2014년 시작됐다. 신이 허락한다면 2034년 끝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쟁의 이번 전쟁이 단순히 러시아 측 영토 욕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더 긴 구조적·지정학적 갈등의 일부라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돈바스지역 러시아계 주민 자치를 약속한 두 번의 민스크협정이 파기되면서 지속된 내전은 8년 만에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푸틴이 서방의 휴전 요구를 “속임수”로 일축해 온 이유다. 그는 민스크 협정을 내세워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켰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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