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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未曾有)란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전례 없는 사건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미증유의 대홍수 사건이 있었다. 1925년에 발생한 을축년 대홍수(乙丑年 大洪水)가 그것이다.
홍수는 7~9월 사이 총 네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특히 7월 9~11일과 15~19일 두 차례는 한강 연안에 비가 집중되어 경성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도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수해가 일어날 때마다 언급될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다.
을축년 대홍수 발생 100년을 맞이해 26일부터 11월16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 1925 을축년’ 전을 진행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미디어아트로 재구성해 관람객은 빗속을 지나는 듯한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또 가옥과 가축이 물에 잠긴 광경을 벽화로 구현하는 등 보다 감각적인 전시장으로 꾸몄다.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 섹션에서는 재난에 초점을 맞춰, 한반도의 기후적 특성과 미흡했던 방재 대책으로 경성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자료를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또 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이재민 구제에서 드러난 민족 차별로 이중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서로 연대하며 어려움을 이겨낸 조선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밖에 ‘기우제등록(서울대학교 규장학한국학연구원 소장)’, ‘구용산수위관측소(1924, 서울특별시 기념물)’와 ‘대정 14년 조선의 홍수’(1926)에 실린 기상도를 디지털 맵핑 영상으로 제작하여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도시를 바꾼 큰물’ 섹션에서는 을축년 대홍수가 지나간 이후, 도시와 사람들에게 남은 영향을 조명한다.
을축년 대홍수는 단지 1925년 여름의 일시적 피해에 그치지 않고 도시에서의 치수 시설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 이후 도시계획에 큰 영향을 주었다.
총독부는 치수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 믿고 영등포 등 한강을 건너 행정구역을 확장하고자 하였으나, 경성부에서는 ‘고지도시론’을 내세우며 치수 부담이 적은 산지와 한강에서 먼 지역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이러한 도시계획 구상의 차이를 ‘경성도시계획조사서’ ‘경성시가지계획평면도’ 등 도시계획과 관계된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을축년 대홍수를 언급할 때 문화유산과 관련된 내용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암사동 유적은 을축년 대홍수 때 한강 유량이 불어나면서 토사와 함께 유물이 드러난 경우다. 한강 유역의 최대 규모 신석기 마을 유적으로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빗살무늬 토기와 움집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제267호로 지정되었다.
또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된 북한산 산영루와 망원정에 대해서도 소개하며 무형문화유산인 송파산대놀이를 연희하던 송파장의 이전과 홍수로 훼손되어 사라질 뻔한 독립문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전시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다. 월요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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