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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확장 재정을 좇고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한 ‘마중물’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피해야 한다. 우리는 프랑스에선 교훈을 얻고, 이탈리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주일 전 사임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전 총리를 총리로 재지명했다. 르코르뉘는 여론 반발을 뚫고 정부지출 60억 유로를 감축하는 긴축 예산안을 만드는 게 그의 첫 과제다. 작금의 프랑스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2025년 1분기 기준 프랑스의 누적 국가부채는 3조3454억 유로(약 5461조 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13%로, 2000년 59.7%에서 25년 만에 곱절로 뛰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가운데 그리스(152%)와 이탈리아(137%)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연간 재정적자도 2024년 1697억 유로(약 268조 원)로, 유럽연합(EU) 평균(약 3.1%)의 두 배에 육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거론되는 등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회색 코뿔소’다. 이를 간과하면 재앙적 상황을 맞고, 돌발 위기를 뜻하는 ‘블랙 스완’에도 대처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이미 1300조 원을 넘어섰고,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도 2015년 34%에서 올해 더 뛸 전망이다. IMF는 9월 발간한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올해 말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54.5%로 전망했다. 2029년에는 58%에 이른다는 관측이다. 프랑스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고 123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소요 예산이 210조 원인데 세입 확충(94조 원)과 지출 절감(116조 원)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포퓰리즘 공약 이행과 경기 부양 등으로 씀씀이가 불어나는 현실에서 가능할지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내각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2022년 10월 출범한 멜로니 정부는 상·하원 모두 안정 과반을 확보하면서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재정 누수 차단, 중기 재정개혁안 마련 등 주요 정책이 예측할 수 있게 추진됐다. 무엇보다 복지정책을 보편에서 선별로 전환해 취약계층과 근로연계형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154%에서 지난해 135%로 20%P 낮아졌고, 재정적자 비율 역시 같은 기간 9.4%에서 3.4%로 축소됐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23년 고점(4.8%) 대비 1%P 이상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건전성 회복과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복지지출과 같은 ‘재정중독’은 한 번 수혜자가 정해지면 좀처럼 되돌리기 어렵다. 이탈리아처럼 재정건전성에 대한 장기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프랑스보다 더 심한 재정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다. 이재명정부는 국가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 준칙’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는 재정 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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