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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 거부와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경위를 둘러싼 여야 충돌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격화됐다. 사법부의 독립과 국회의 감사권이라는 헌정 질서의 핵심 축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단일 쟁점을 넘어 권한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법사위 국감은 대법원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조 대법원장의 출석 문제와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결정 경위,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감찰 부실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회의 시작부터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고 회의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되돌려 심리를 다시 진행하도록 명령한 절차를 뜻한다. 이 사안은 판결의 법리 해석과 재심리 방식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며 국감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조 대법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 벗어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감사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며 증인 출석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는 지난 4월 대법원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후 정치권의 질의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재판 독립 원칙을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여당은 조 대법원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은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이 유리한 답만 하고 떠났다”며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쟁점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날 질의 과정에서 80여 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점을 문제 삼으며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여권의 공세를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을 정치적 무대로 끌어내려는 시도는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하는 건 명백한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한 법관 다수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들은 “합의 중인 사건과 관련된 질의는 사법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 같은 집단 불출석은 파기환송 결정을 둘러싼 사법부 내부의 경계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됐다.
윤리감사관실의 감찰 부실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판사 비위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현장 실사나 강제 조사 없이 단순 진술 청취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러한 부실 감찰이 사법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윤리감사관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내부 통제 실패가 사법 신뢰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결정이 자리하고 있다. 여당은 이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의 판단과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추궁하고 있으며 사법부는 헌법상 재판의 독립 원칙을 내세워 질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국감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이번 법사위 국감은 특정 사건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헌법기관 간 권한 충돌의 장으로 전개됐다. 국회의 감사권과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정 질서의 두 축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대법원장의 책임 소재와 재판 개입 우려가 충돌하는 현장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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