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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인 족도를 들이받고 좌초된 사고는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267명을 태우고 제주도를 출발해 항행 도중 좌초되는 일촉즉발의 대형참사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항해사는 뱃길이 좁은 협수로인데도 3분 동안이나 휴대전화를 보는 등 운항에 집중하지 않은 채 방향 전환 시기를 놓쳤던 것이 직접적 사고 원인이었다. 다행히 큰 불행을 피했지만, 온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이번 사고는 왜 여전히 이런 참사 우려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했다.
안전불감증이란 표현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늘 대형참사 뒤에 이 말이 따라붙지만 전혀 학습효과가 없는 듯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일등 항해사가 담당하는 좁은 협수로 구간에서 그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해경의 조사 결과에 이것이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실무에 임하는 마인드라는데 몹시 불편하고 거북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를 좌초시켜 탑승객들을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상)를 받는 일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가 20일 긴급체포된 데 이어 22일 구속됐다, 선장이 출항을 지휘한 뒤 사고 순간까지 조타실에 한 번도 내려가 보지 않아 중과실치상·선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고가 난 구간은 협수로 구간으로, 선장이 직접 선박의 지휘를 해야 하지만, 그는 선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선원들을 대상으로 선장이 선장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과거에도 조타실을 벗어나 근무를 태만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되어 사고가 신고된 이후 조치는 질서 있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구명조끼를 입고 임산부와 아이와 노인 등 약자들을 먼저 구조하는 등 불행 중 다행으로 더 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끊이지 않는 대형사고 뒤에는 늘 근무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오너에게 강한 책임을 지우는 법도 마련됐지만, 중대재해 역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사고는 법과 처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고는 경영 수뇌부가 무심하거나 과욕을 부려서도 발생하지만, 현장에서의 안전제일의식이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최종 열쇠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우선해 사회 전반에 안전제일에 대한 기초 교육과 실천 매뉴얼이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선인 듯하다.
특히, 최근 사고 원인에는 휴대전화 사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레일 기관사의 최근 2~3년간의 사고 원인 2위도 ‘휴대전화 사용’이었다는 자료도 있다. 비단 코레일 기관사뿐일까. 대중교통 버스나 택시를 비롯해, 자가운전자들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사고를 내거나, 사고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민폐를 끼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운전 중 혹은 업무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업무 매뉴얼은 어디나 기본 사항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지켜지지 않는 건 일선의 만연한 안전불감증도 한몫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근무자들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다가 회사 측에서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한 일도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며, 당장의 내 편의를 위해 잠재된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걸 방조하는지 이번 퀸제누비아2호 사고는 다시 한번 경고 시그널을 주고 있다. 안전불감증이야말로 ‘침묵의 살인자’라는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부터 길 건널 때라도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만이라도 최소한 휴대폰을 보지 않는 작은 행동 수칙 하나를 지키는 마음들이 모일 때 안전사회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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