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심이다. 사법부가 행정부나 입법부 등 다른 국가기관의 간섭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해야 하는 당위다.
사리가 이러한데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안과 ‘법 왜곡죄’ 신설안(형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법관 임명에 법무장관 등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 법관이 절대적 입법권력에 휘둘리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기둥인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법 왜곡죄 신설안은 법관과 검사 등이 재판 또는 수사 과정에서 법을 고의로 왜곡해 적용하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조계에서 “사법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니, 사법권 침해를 넘어 판·검사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고소·고발 남발과 정치적 사법 통제를 불러올 위험한 도구가 될 게 불 보듯 훤하다.
광복 이후 반민특위나 4.19 혁명 직후 3·15 특별재판부는 모두 헌법 부칙에 근거했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는 군사법원을 제외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근거가 없다. 이러니 법 왜곡죄 신설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사법 장악 시도라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서 법 왜곡죄 조항이 있긴 있다. 북한은 형법에 ‘부당한 판결, 판정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에 처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은 과거 나치 또는 동독에 부역했던 판사를 처벌하는 용도로 형법에 ‘법관, 기타 공무원 등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법률을 왜곡한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는 조항을 뒀다.
그러나 ‘법 왜곡’ 여부에 대한 판단이 추상적인 데다가 판결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판사를 처벌하겠다는 건 형사·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역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9인과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회장 4인 등 원로 법조인들이 “법 왜곡죄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다”고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전국 법원장들도 5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원장들은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재판 지연 등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법개혁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법원 의견을 반영해서 추진해야 한다. 물론 법원도 왜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판결은 법원의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한 단적 사례다. 여하튼 여권은 사법개혁을 추진하되 대법원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충분한 공론 과정을 거쳐 합리적 안을 도출하길 당부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판단 작용을 한다. 이른바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한 최후 보루다. 사법개혁이 사법부 독립이라는 삼권분립을 훼손해 소중하게 일궈 온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후퇴시켜선 안 될 일이다.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주동자들은 엄중 단죄해야 하지만 특정 정파와 특정인을 위해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은 자중해야 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