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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남녀차별 국가에 속한다. 생산 가능한 여성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세계 100위를 넘고 선진국 중에서는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여성들 중 생산 가능인구인 약 21%만 경제활동에 참여해도 한해 60조원이 넘는 부가가치가 추가로 발생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국부(國富) 증대는 물론 산업적 기여나 경제발전에 미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아직도 여성을 ‘집사람’ 내지 ‘안사람’이라는 고정된 틀과 시각으로 편견을 갖은 채 사회활동에 부정적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면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에 일단의 군불을 지필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남성들은 직장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더 커져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장기 지속과제인 창조경제와는 별개로 여성의 사회진출 증대를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과 국민·사회·기업의 마인드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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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여성 취업박람회에서 아이를 업은 한 여성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가정주부들은 열악한 임금은 물론 취업기회 자체가 거의 막혀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이웃 중국과 일본 등 유교문화권 중에서 그 특색이 매우 강한 나라다. 인(仁)을 기본으로 하는 공자의 가르침인 공자교(孔子敎,유교)는 마치 종교 같은 심오한 윤리철학이자 정치학이다. 국가와 부모를 받드는 ‘충효사상’은 공자교의 핵심 바탕이기도 하다.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사실 인륜의 도리다. 공자의 사상이 서양의 기독교, 동양의 불교, 이슬람의 마호메트 등 3대 종교에 못지않게 시대를 뛰어넘어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서 뛰며 감화를 주고 있는 것은 ‘사람의 사는 도리’를 기가막한 원칙으로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교의 철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은 국가와 사회를 떠받치는 유교문화권의 기둥이었다. 조선 500년의 국체와 국민들 삶의 가치도 이 같은 삼강오륜의 토대에서 유지됐다. 하지만 지고지선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지나친 형식논리’가 오히려 인간 본위의 진정성을 방해하고 순수함과 괴리감을 촉발하는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그 중의 하나가 여성에 대한 지나친 편견과 차별이었다.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 중 맨 마지막의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라는 도리가 그랬다. 부인은 남편을 위해 존재하는 변방의 인물이 곧 도리라는 가르침이다. 오늘날의 양성평등과는 정 반대의 가르침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의 오륜에서도 부부유별 또한 마찬가지다. 부부 간의 도리를 규정한 것이기에 원론적으로 맞지만 그 안에는 남성우월주의가 깊이 배어 있다. 당연히 여성은 집안에서 살림을 하는 ‘집사람’ 내지 ‘안사람’으로 굳어졌다. 반면 남편은 바깥(밖이 되는 곳) 사람, 바깥 양반 등이 됐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부인을 ‘안에 있는 사람’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아내’라는 말을 당연하고 흔하게 쓴다. 우리는 부지불식 중 여성들에 대해 집에 있는 사람일 뿐 직장생활이나 사업 등 집 밖에서 하는 활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속된말로 여성이 운전을 하는 것조차 못마땅해 하며 앞서가는 여성운전자 때문에 화가 나면 ‘솥뚜껑 운전이나 하라’는 식의 비아냥대는 남성들 분위기가 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다.
이 같은 총체적인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위기에 크게 일조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경제포럼의 지난해 ‘글로벌 젠더 지표(Global Gender Index/중앙일보)’에 따르면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순위가 세계 11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활동 참가율 53%(남성 75%)는 선진국 중에서는 꼴찌였다. 문제는 최근 20년간 그 순위가 변하지 않았다는데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변할 소지가 작다는데 있다. 우리의 남·녀간 임금격차 또한 무려 39%에 달해 선진국 중에서 가장 컸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여성 경력단절에 따른 소득손실 크다’(스카이데일리 보도)는 보고서에서도 이와 유사한 데이터가 자세히 나왔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고용률은 2001년 47.7%에서 지난해 48.4%로 12년간 거의 제자리 수준을 맴맴 돌았다. 같은 기간 미국의 여성고용률은 62.0%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은 56.7%를 각각 보였다.
남·녀간 고용률 격차도 우리나라 남성고용률이 70.8%인 것을 감안하면 OECD 국가 중 가장 큰 격차인 약 22.4%포인트를 나타냈다. 한국이 얼마만큼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저조한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라고 하겠다.
시대착오적인 집사람, 안사람을 중시하는 사이에 우리 국민 모두는 서로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사회현상을 과연 병리현상으로 보지 않아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다. 병적 진단을 하지 않고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묘안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활동이 가능한 국내 전체 여성 중 약 21%인 417만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참여를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LG경제연구원은 이 인구가 전부 취업을 하면 여성고용률은 2012년 48.4%에서 63%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유발효과인 근로소득총액이 무려 6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운 수치다.
우리는 한해 정부 총예산의 약 1/5이라는 생산 가능한 부가가치를 버리고 있는 셈이다. 집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막연한 가정주부 논리에 대한민국 경제는 선진국이나 심지어 개도국에 비해서도 경제가 일찌가치 노쇠해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지난 2011년 기준으로 GDP 대비 4.9%를 여성의 근로소득 손실분으로 국가 가계부에 기꺼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비율을 보면 이 정도의 비율이 얼마나 많은 국부(國富) 손실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은 같은 손실분이 0.1% 미만의 수준이다.
L자형의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우리는 분명한 터닝 포인트를 할 수 있는 정책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그것은 막연하고 위험하며 확실하지 않은 창조형 경제가 아니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해야 할 과업이 맞지만 당장 꺼져가는 경제에 군불을 지피려면 효과가 뚜렷한 정책대안이 급하다.
그 중 제일 확실한 대안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대책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버리는 일이다. 국가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캠페인이 전개돼야 한다. 나아가 여성의 출산·육아·가사 문제를 해결할 세부적인 실행방안들이 다양하게 나와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기업에게는 정부와 지자체의 일부 지원 속에 보육시설을 의무화 하는 방안이나 여성인력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그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확 달라져야 한다. 공자교를 기반으로 굳어진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요즈음 남성들 사이에서는 ‘여자말 잘 들으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만큼 편견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여성의 권한이 권력화 하는데에 대해 남성들은 벽을 쌓는다. 하지만 남성들도 여성 일자리가 늘면 경제규모가 커져 전체 일자리가 증가한다는 생각으로 임해햐 한다.
우리는 동양의 세 맹주 국가인 한·중·일에서 최초의 여성 국가지도자를 배출한 만큼 열려 있는 마음이 내재돼 있는 성품이 있다. 우리는 더 큰 변화를 각오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원빈국에서 내수없는 수출의존형 국가의 경제 밑그림은 격랑이 너무 심하고 롱런을 장담하지 못한다. 새로운 경제활력을 찾는 길은 여성에 대한 우대 조건을 달리하고 사회진출 문호를 다양하게 열어주는 길이다. <스카이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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